[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국제갤러리는 오는 14일부터 내년 2월17일까지 부산점에서 구본창의 개인전 'Koo Bohnchang(구본창)'을 개최한다.
2006년과 2011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두 차례의 개인전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첫 전시 이후 대표작으로 부상한 '백자' 연작 11점을 비롯해 새롭게 선보이는 '청화백자' 연작 11점, 대형 '제기' '연적' 등 총 30여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의 첫 번째 기획전이기도 한 'Koo Bonchang' 전은 제목 그대로 지난 30여 년 동안 작가가 자신만의 통찰력과 감성, 표현력으로 일궈온 독창적인 작품 세계의 주제 및 현 경향을 만날 수 있다.
구본창(b.1953) 2014 Archival pigment print 90 X 72 cm 청화백자 소장처: 교토 이조 박물관 Courtesy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국제갤러리] |
구본창의 '백자' 연작이 문화와 국경을 초월해 꾸준히 조명받는 이유는 조선백자란 사물을 읽고 보고 경험하고 기억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구본창은 백자를 시각적으로 재현하거나 서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백자의 형태를 빌어 존재 자체를 담아내고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2014년 작업 이후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구본창의 '청화백자' 연작은 당대의 기호와 욕망, 가치 등의 화두를 서정적으로 풀어내며 존재를 강조한다. 작가는 지난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푸른 빛에 물들다' 전을 계기로 조선 청화백자를 처음 인식했다.
청화백자는 궁중의 커다란 항아리 용준부터 주병이나 접시 같은 식기, 선비들이 애용한 문방구 소품에 이르기까지 '담는' 역할과 감상의 대상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됐다. 그러나 청화백자의 푸른색 안료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귀한 보석이었던 청금석과 유사한 고가의 수입품이었기 때문에 한때 왕실 이외에는 사용이 금지되기도 해 사신을 통해 몰래 들여오기도 했다. 압도적이고 정교한 중국 청화백자, 조형적이고 세밀한 일본 청화백자와는 달리 조선 청화백자만의 청아하고 소박한 매력이 있다.
구본창(b.1953) 2014 Archival pigment print 90 X 72 cm 청화백자 소장처: 교토 이조 박물관 Courtesy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국제갤러리] |
구본창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에서 사진 디자인을 전공, 디플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계원예대와 중앙대, 서울예대 등에서 강의했고 2010년부터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최근에는 정년퇴임 후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사진이 현대미술의 주요 장르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진을 선택한 후 파격화 실험을 거듭하던 그는 자연을 향한 관조적 응시를 거쳐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이르게 되면서 '백자' 시리즈를 발표하게 됐다.
구본창의 작품은 런던영국박물관, 보스턴미술관, 휴스턴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파리 카르나발레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과 같은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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