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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부터 브렉시트, 佛노란조끼까지...서방 '관용의 민주주의' 붕괴 징조

기사등록 : 2018-12-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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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4주째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당선시킨 우파 포퓰리즘부터 영국을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게 한 국민투표까지 서방사회에서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몰락하면서 관용의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있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현재 프랑스의 노란조끼는 유럽의 다른 나라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주말 벨기에에서는 노란조끼 시위에서 영감을 받아 시위에 나선 시민 400명 이상이 체포됐고, 영국에서는 테리사 메이 영국 정부가 EU에 나라를 팔아넘긴 합의안에 서명했다며 노란조끼를 입은 브렉시트 찬성 시위대가 거리에 나서기도 했다.

프랑스의 시위는 아직 이렇다 할 이데올로기를 대변하고 있지 않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파 세력들은 대거 시위에 동조하고 있으나, 급진좌파와 심지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파도 시위에 동조한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인종별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시위자가 지방 출신의 백인이었던 반면, 가난한 소수민족과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대도시 주변부는 오히려 잠잠했다. 저소득층으로 몰락하기 직전의 중산층이 구매력이 악화된 현실과 서민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냉담한 태도에 분노해 거리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보도했다.

이는 또한 프랑스의 부유하고 역동적인 대도시 중심지의 상류층과 이른바 ‘다른 프랑스’ 간의 괴리를 보여준다고 WP는 설명했다. 프랑스 탈(脫)공업화 및 농촌 지역에서는 취업 기회 부재와 침체된 경제로 인해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언론인 폴린 보크는 “치솟는 집세와 물가와 세금, 농촌과 도시 근교의 높은 실업률, 전반적인 불안정, 좀체 오르지 않는 임금 등의 문제로 정치적 색깔을 막론하고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대가 집결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프랑스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노란조끼’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면서, 교육개혁에 반대하는 고등학생들이 휴지통에 불을 지르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경제적 불안정에 대한 불만은 영국과 미국에서도 표출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침체 기로에 서 있던 중서부 지역의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당선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WP 칼럼니스트 존 주디스는 “이전 세대에서 자신이 다니는 공장과 노조, 노동계급과 자신을 동일시했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정체성을 잃고 깊은 분노에 빠졌다. 이러한 분노는 자신들의 세금을 좀먹는다고 생각하는 불법 이민자들과 차별철폐 정책으로 부당하게 이득을 받고 있는 소수민족, 그리고 자신들을 업신 여기는 대도시의 상류 엘리트를 향해 표출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도 비슷한 배경에서 이뤄졌다. 서민들과는 먼 곳에 있는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삶을 쥐고 흔든다는 분노와 의심이 사회 전반에 팽배했던 것이다.

프랑스 반정부 시위는 서방 사회 전반에 드리우고 있는 불확실성과 위기의 먹구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WP는 논평했다. 경제 불평등이 확대되고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수십 년 간 중도로 모아지는 합의의 정치를 통해 구축된 민주주의가 경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 유럽의 벤자민 하다드는 “시위는 프랑스인들의 DNA에 각인돼 있는 것이지만, 노란조끼 시위의 격렬함과 규모는 이전 시위와는 다르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의 안정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시위대가 EU기를 태우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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