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제목만 봐도 호기심이 가지 않나요?(웃음) 우리가 평소 생각한 진실과 거짓을 어떤 식으로 풀어내고 있을 지 궁금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계속 보고 옆에 가까이 두고 싶은 작품이기 때문에 관객들도 비슷하게 느끼실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 예상없이 그냥 보시면 됩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배우 김정난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인근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12.06 kilroy023@newspim.com |
배우 김정난이 연극 '진실X거짓'(연출 안경모)으로 7년 만에 정극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드라마 촬영 병행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쁨에도 불구하고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뉴스핌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김정난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연극은 연기의 가장 기초잖아요. 배우니까 놓을 수 없어요. 매체 연기에 너무 익숙해지다보면 자꾸 의존하게 되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해요. 무대는 오롯이 배우 혼자서 다 보여줘야 하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가 다 감당해야 하고, 관객과 부딪히고 소통하는 것들이 사실 가슴 떨리고 힘들고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이겨냈을 때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저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관객들의 행복한 모습에 저도 행복해지니까 하는 거죠. 그런게 예술의 위대함 아닐까요(웃음)."
연극 '진실X거짓'은 프랑스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의 '진실'과 '거짓' 연작 형태의 작품이다. 부부이자 연인이며 친구인 복잡한 관계의 네 인물이 등장해 서로 다른 사건과 입장에서 각각 사랑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의 신뢰를 시험하고 기만하고 배신하는 과정을 유럽 특유의 블랙 코미디로 펼쳐낸다.
"'진실'도 하고 '거짓'도 하는데, 일정이 있다보니 텀이 길어요. 공연을 시작한 지 한달 됐지만 각각 8번밖에 못했죠. 그래서 할 때마다 너무 떨리고 첫 공연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너무 긴장해서 제 명에 못 죽을 거 같다니까요(웃음). 그래도 '진실'은 들어가서 놀다 올 수 있을 것 같은 여유가 약간 생겼는데, '거짓'은 대사량이 세 배라 전날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해요. 밤마다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죠. 두 작품이 대본은 다른데 같이 하다보니 연결을 안 지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헷갈려서 별개의 작품으로 두고 연습을 했어요."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배우 김정난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인근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12.06 kilroy023@newspim.com |
김정난이 맡은 역할은 '알리스'다. 극 중 '알리스'는 사람은 반드시 진실해야 한다고 믿는 인물로, 남편 '폴'을 사랑하지만 그의 절친 '미셸'과 바람을 피운다. 물론 '폴' 또한 친구 '미셸'의 아내 '로렌스'와 연인 관계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때로는 진실을 감추기 위해, 때로는 진실을 들춰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웃음과 메시지를 준다.
"'알리스'는 솔직한 여자에요.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스스로 괴로운 인물이죠. 하지만 그 이야기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불안해하기도 하니가 도덕적인 딜레마에 빠져 괴로워해요. 일반적이라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요. 작가는 '알리스'란 인물을 통해 거짓말을 함으로써 고통을 받을 수도 있고 혹은 사태가 진정될 수도 있는 여러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진실'과 '거짓'은 다른 게 아닌 것 같아요. 단지 우리가 살면서 상대방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 지혜롭게 골라쓰는 하나의 옵션 같은 거죠."
앞서 말했듯, 작품은 '진실'과 '거짓'이 각각 공연된다. '알리스'의 경우 특히 '거짓' 편에서 많은 대사량과 연기를 쏟아부어야 한다. 체력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데다, 소극장이다보니 관객들의 반응도 영향이 크다. 더군다나 함께 하는 배우들이 배종옥, 김수현, 이도엽, 김진근, 이형철, 정수영, 양소민 등 내로라하는 중견배우들이기에 더욱 노력중이다.
"연극은 실수한 티가 너무 많이 나요. 그야말로 민낯이라서 제 단점들이 다 보여요. 또 이번 작품은 말이 주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한 마디 잘못하면 아주 민폐를 끼치니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요. 다른 분들이 너무 잘하니까 제가 더 떨려요(웃음). 작품 자체가 반전을 거듭하다보니 관객들끼리 소곤거리고 충격을 받는게 고스란히 전달돼요(웃음). 그들의 리액션에서 우리가 못 찾았던 것들을 발견하고, 또 그 에너지로 공연을 더 잘 하게 될 때도 있어요. 예전에는 하루에 두 번씩 공연을 했었는데, 이젠 체력적으로 힘든 게 느껴져요. 비타민도 먹고, 홍삼도 먹고 어떻게 해서든 아프지 않고 공연을 마치려고 하죠."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배우 김정난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인근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12.06 kilroy023@newspim.com |
연극과 동시에 김정난은 최근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에 출연해 강렬한 연기로 호평받았다. 아들을 서울의대로 보내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엄마 '이명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으며, 높은 관심에 특별출연이었음에도 아직까지 촬영장을 찾고 있다고.
"너무 마음에 들고 하고 싶었던, 기다렸던 역할이었어요. 나름대로 캐릭터를 중복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나이를 먹으니 캐릭터가 다양하지 않더라고요. 비슷한 캐릭터를 안 하다보니 그냥 놀게 됐고, 그렇게 1년2개월을 쉬었어요. 연극과 드라마가 동시에 들어왔는데 둘 다 너무 하고 싶었어요. 도저히 포기를 할 수 없어서 일단 도전했죠. 간신히 스케줄을 빼 촬영했는데 다행히 제가 원했던 그림이 잘 나와줬어요. 특히 이번에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눈빛, 손끝, 발끝 다 잘 잡아줘서 정말 만족스러웠죠. 시청자분들도 좋게 봐주시는 것 같고, 간만에 칭찬도 엄청 받고 전화도 많이 받아 기분이 좋아요(웃음)."
'진실X거짓'의 '알리스'도, 'SKY캐슬'의 '이명주'도 그간 쉽게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다. 두 작품 모두 일반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여성의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그리고 있다. 김정난은 '진실X거짓'은 볼 수록 좋은 작품, 'SKY캐슬'은 첫 눈에 빠진 작품이라며 앞으로도 더 다양한 캐릭터,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단다.
"'진실X거짓'의 '알리스'는 보면 볼수록 괜찮고 가까이 친하게 지내고 싶다면, 'SKY캐슬'은 첫 눈에 반했죠(웃음). 사실 제 나이 또래의 배우들이 참 많아요. 모두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을 거에요. 실제로 여배우가 뭘 많이 할 수 있는 작품이 별로 없어요.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해야 한다는 정형화된 틀이 있죠. 이게 깨졌으면 좋겠어요. 여성 위주, 새로운 소재의 작품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어요. 사람들도 목말랐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더 새롭게 느꼈을 거라 생각해요(웃음)."
연극 '진실X거짓'은 오는 2019년 1월2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