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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내 회계 이슈에 시름하는 바이오 업계…삼바 이어 셀트까지

기사등록 : 2018-12-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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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식 혐의 셀트리온헬스케어 감리 착수
삼성바이오 상장 유지 결정 후 하루 만에 악재
업계 "회계 처리 문제 두려워…가이드라인 필요"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바이오 업체들이 올 한해 내내 회계 처리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유지 결정에 한숨 돌렸던 바이오 업계는 갑작스러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또 걱정에 빠졌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셀트리온헬스케어 분식회계 의혹

12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고의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하고 감리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저녁 분식회계로 상장폐지 갈림길에 섰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유지가 결정된 지 하루 만에 이 같은 일이 알려진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의 계열사로 셀트리온이 생산한 바이오의약품의 판매를 전담하고 있다. 최대 주주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2분기 셀트리온에 국내 판권을 팔았고, 218억원을 받았다. 회사가 이를 매출로 잡으면서 영업적자를 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형자산인 판권 매각을 매출로 회계처리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또 가공(허위) 매출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회사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전날 입장문을 내고 "당사가 보유한 전 세계 독점 판매권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활동을 통한 수익은 매출로 판단할 수 있으며 이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회계 처리"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5개년 동안 파트너사로부터 회수되지 못한 채권이 단 한 건도 없다"며 "허위 매출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표=김근희 뉴스핌 기자]

◆ 계속 이어지는 바이오 회계이슈

이 같은 소식에 타격을 입은 것은 셀트리온헬스케어뿐만이 아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유지로 안도했던 바이오 업체들은 다시 불안에 떨었다. 연구·개발(R&D)비용 회계 처리회계처리 문제를 시작으로 올 한해 바이오 업계를 괴롭혔던 회계 처리 이슈가 또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턴터치 식으로 바이오 업체의 회계 처리 문제를 지적하고, 감리에 들어가니 당황스럽다"며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회계 감리 이슈가 끝나나 싶더니 또 시작"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금감원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는지를 감리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바이오 업계 회계 이슈가 불거졌다. 올해 1월에는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금감원이 테마감리에 착수했고, 3월 파미셀, 바이로메드 등 바이오 기업들은 전년도 사업보고서를 대거 정정했다. 차바이오텍은 관리대상 종목이 되기도 했다.

또 지난 8월에는 테마감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차바이오텍, 인트론바이오, 오스코텍, CMG제약, 이수앱지스, 바이오니아, 셀트리온 등이 전년도 재무제표를 정정 공시하고,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9월 R&D 비용 회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금감원이 분식회계를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조치사전통지서를 통보했다. 두 번의 금감원 감리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회의를 거쳐 지난 11월이 돼서야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났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갔고, 지난 10일 저녁 상장 유지가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주가는 요동쳤고, 상장을 준비하던 바이오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 "바이오 전체 문제로 퍼져…가이드라인 필요"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회계 이슈가 개별 기업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 한국 바이오 업체 전체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 개별 업체들에는 회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대기업들의 경우 회복이 가능하겠지만 작은 벤처나 스타트업은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고 있다"며 "기술을 개발하고, 국가 과제를 수행하고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약개발 등은 R&D 비용 규모가 크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만큼 기업들에는 외부투자가 절실하다. 그러나 회계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질 경우 외부투자를 받기란 힘들다.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사건들은 '코리아 바이오 디스카운트'로써 작용할 것"이라며 "재고가 왜 필요한지, 바이오 유통 비즈니스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정부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정확한 회계 가이드라인과 기준이 정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가이드라인과 회계기준은 모호하고, 해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잡힌다는 주장이다. 또 작은 규모의 바이오 벤처의 경우 1명이 재무, 홍보, IR을 담당하는 경우가 있어, 현실적으로도 보완이 필요하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규정이 모호한 상황에서 해석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만 전적으로 전가하게 되면, 기업 경영은 더욱 위축되고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R&D 및 투자를 위축시키고 증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ke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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