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주 기자 =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 굿즈(Goods)처럼 중국에서도 고궁(故宮)박물관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굿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촌스럽다고 여겨지던 박물관 굿즈들이 세련된 디자인과 높은 퀄리티로 인기몰이를 하며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고궁박물관이 처음 시도한 ‘고궁 립스틱’ 6종 상품은 12월 9일 출시하자 마자 삽시간에 다 팔릴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고궁의 유물을 모티브로 세련되게 디자인한 고궁 립스틱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완판을 기록한 데 이어 내년 2월까지 예약을 마쳤다. 이러한 박물관 굿즈 열풍은 중국 사극 드라마 인기와 당국의 정책 지원 덕분으로 분석된다.
고궁 립스틱 시리즈는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궁박물관과 중국 히알루론산 필러 2위 업체 블루메이지(Bloomage)가 합작해 만들어졌다. 케이스는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 전통색인 오방색과 마지막 남색 6종으로 구성되어있다. 립스틱 색상은 모두 빨간색으로 고궁의 소장품 색상이 바탕이 됐다.
디자인은 궁중 후궁의 복식과 장신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금색 테두리에 사슴, 꿀벌, 나비 등 상서로운 상징물을 더해 중국의 전통미를 살렸다. 여기에 3D프린팅으로 립스틱 케이스에 전통 도안을 새겨 넣어 입체적인 느낌을 더했다.
고궁 박물관이 내놓은 굿즈 '고궁 립스틱' [사진=바이두] |
외관 뿐만 아니라 립스틱 성분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블루메이지가 개발한 성분(Hyacolo)을 더해 촉촉한 수분감과 지속력을 가졌다.
고궁박물관은 이전에도 입생로랑, 지방시 등 해외 브랜드와 협업해 고궁 굿즈를 선보인 바 있다.
통계에 따르면 고궁박물관이 개발한 굿즈만 1만 개에 달한다. 굿즈 판매로 한 해 10억 위안(약 164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박물관의 굿즈 열풍에는 중국 사극 드라마 인기가 한몫했다. 옹정황제의 여인, 연희공략 사극 드라마가 대박을 치면서 중국 전통에 대한 호감도가 자연스럽게 상승한 것이다.
중국 당국의 정책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2014년부터 중국은 박물관 문화 상품에 대한 연구 개발을 장려하는 지원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2016년 문화부와 국가문물국이 문화 상품 개발 시범 기관 154곳을 지정했다. 2017년에는 재정부가 ‘2017년도 문화산업 발전 특별자금 신청에 관한 통지’에서 문화 상품 개발 촉진을 위해 시범 기관에 우선 지원을 한다고 언급했다.
여러 부처의 지원책에 힘입어 쑤저우 박물관은 매년 40%~50%라는 폭발적인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작년 한 해 굿즈 매출액은 1400만 위안(약 23억원)에 달했다. 상하이 박물관은 무려 3862억 위안(약 63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쑤저우, 상하이처럼 특정 박물관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박물관은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있다. 2016년 12월 기준 전국 4526개 박물관 중에서 정부에서 인정한 문화상품개발 능력을 가진 곳은 절반에 그친다. 이중 수익 창출을 하고 있는 곳은 18곳뿐이다. 비중으로 보면 전체의 1% 수준이다. 이들 박물관에서 팔고 있는 것도 열쇠고리, 책갈피 등 기본적인 상품밖에 없다.
이렇게 된 데에는 자금 부족, 유능한 인재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물관들은 대개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운영된다. 일부의 경우 박물관 무료입장으로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상품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한정된 자금으로는 사정이 여유치 않은 것이다.
한 고궁 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고궁에서 상품 한 개를 개발하는 데 8개월이 소요되며, 개당 2~30만 위안(약 3300만~5000만원)의 연구 개발비가 투입된다. 한 해 문화 상품을 개발하는 데만 2억 위안이 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고궁박물관 등을 비롯한 박물관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투자 활로를 모색 중이다. 고궁은 올해 여러 차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이중 고궁박물관의 문화를 알리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상신료고궁(上新了!故宮)에 나온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잠옷이 24일 만에 838만 위안(약 14억원)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다. 작년 쑤저우 박물관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첫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목제 상품을 론칭했다.
인재 가뭄도 문제로 꼽힌다. 박물관에 특화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감각 뿐만 아니라 박물관만의 특수성과 중국 전통 문화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이 삼박자를 고루 갖춘 인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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