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전설의 록 밴드가 된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삶과 음악을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최근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싱어롱(sing-along)' 상영관도 크게 화제를 모았다. 영화에서 시작된 이런 현상이 이제는 공연계에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인기 명곡들로 만들어진 '주크박스 뮤지컬(Jukebox Musical)'이 연말을 맞아 온가족을 타깃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누군가는 이문세의 곡으로, 누군가는 빅뱅의 곡으로 알고 있는 '붉은 노을'부터 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김창완의 음악과 미국의 팝 거장 닐 세다카의 음악 등이 연기, 춤, 감동적인 스토리와 어우러져 무대 위에서 재탄생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 디큐브시티에서 열린 광화문연가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고있다.2018.11.15 pangbin@newspim.com |
먼저 뮤지컬 '광화문 연가'(2019년 1월20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는 故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로 만들어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옛사랑', '소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광화문 연가', '붉은 노을', '애수', '기억이란 사랑보다', '회전목마', '휘파람' 등 가수 이문세의 감미로운 음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명곡들은 물론, 후배 가수들에게 꾸준히 리메이크돼 젊은 세대도 많이 알고 있는 곡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모든 연령층에게 사랑받고 있다.
여기에 죽음을 1분 앞둔 '명우'가 '월하'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로 1980년대의 추억까지 떠올리게 하면서 특히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예매처인 인터파크 내 뮤지컬 랭킹에서 50대 관객의 평균 예매율이 12.1%로 여타 뮤지컬의 50대 평균 예매율 4.6%보다 월등히 높다.(11월4주차 랭킹 기준) 이 외에도 지난달 28일부터 12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커튼콜 1곡을 추가해 관객들과 전 배우가 노래를 부르는 '싱어롱 커튼콜'을 진행해 큰 관심을 모았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포스터 [사진=창크리에이티브] |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2019년 1월6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은 故 김광석의 노래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2012년 대구에서 초연한 후 7년째, 누적 관객 11만 명이 넘게 관람했다. 1990년대 밴드 동아리의 청춘과 20년이 흐른 후 평범한 중년이 된 이야기를 담으면서 잠들어 있던 음악의 열정을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다.
제목인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비롯해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사랑했지만',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김광석의 노래가 라이브 밴드 연주로 함께 공연돼 더욱 깊은 감동을 전한다. 특히 커튼콜에서 '먼지가 되어'를 부르며 모든 관객이 기립해 떼창을 하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28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오!캐롤' 프레스콜에서 출연진들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18.08.28 deepblue@newspim.com |
국내 관객 15만명을 돌파하며 앙코르 공연 중인 뮤지컬 '오캐롤'(2019년 1월2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은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곡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2005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016년 국내에서 초연, 2017년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외국뮤지컬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작품이다.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 펼쳐지는 각양각색 러브스토리를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가수의 이름만으로는 낯설게 느껴질 사람도 있겠지만, 방송이나 CF, 영화 등에 삽입되면서 친숙한 멜로디의 '유 민 에브리띵 투 미(You mean Everything to me)', '스튜피드 큐피드(Stupid Cupid)',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 등의 넘버가 흥을 더한다. 지난 가을 첫 뮤지컬 도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주병진이 다시 한번 합류했으며, 박해미, 이혜경, 서범석, 최우리, 스테파니 등 기존 배우들과 박진우, 박상우, 오진영, 이철, 조은숙 등 뉴 캐스트가 합류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내년에는 故 김광석의 명곡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그날들', 팝의 여왕 故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보디가드'도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팝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뮤지컬 '맘마미아', 요절한 인디 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의 노래로 이루어진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 등도 만날 수 있다.
뮤지컬 '그날들' 정학 역의 유준상, 이필모, 강필석, 엄기준(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
주크박스 뮤지컬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음악의 힘이다. '광화문 연가' 이지나 연출은 "한국 가요사에 큰 획을 그은 음악이기 때문에 당시의 음악을 몰랐던 세대까지 이런 아름다운 음악을 계속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배우 안재욱은 "고 이영훈 선생님께 늘 감사하다. 특히 '붉은 노을'은 빅뱅을 통해 전 세대가 좋아하는 노래가 됐다. 무대에서 바라보는 객석 자체가 감동"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이 먼저인 작품 특성상 스토리 개연성의 부족 혹은 허술함 등의 단점도 있다. 필요한 노래를 사용하기 위해 드라마를 무리하게 끼워맞추거나 캐릭터의 개성이 달라지는 등 완성도가 떨어지는 아쉬움도 있다. 추억 속의 노래이기 때문에 당시의 시대상을 재현하는 과거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는 점도 한계다.
한 뮤지컬업계 관계자는 "요즘 창작 뮤지컬의 수준 자체가 높아진데다 관객들의 눈높이도 높아졌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거듭된 수정과 보완, 업그레이드는 필수다. 명곡에만 기대기보다 더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그럼에도 곡이 주는 감동이 크기 때문에 관객들의 주크박스 뮤지컬 사랑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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