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한민국이 술독에 빠졌다. 과음은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음주운전, 주폭을 늘려 사회를 병들게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성인 10%가 알코올 중독이며 하루 평균 13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연말이 되면 더 잦아지는 술자리, '술이 사람을 먹는' 현 세태를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대한민국 청년들이 ‘술독’에 빠졌다. 알코올 중독하면 ‘아저씨’를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20대 알코올 중독 환자 수가 40~50대를 뛰어넘었다. 특히 20대 중에서도 여성 환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회 경제 발전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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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찾는 20대 급증…“주류 회사 마케팅과 미디어 영향”
“어떤 때는 소주를 안 마시면 허전한 지경이다.”
대기업 신입 사원 박모씨(27·남)는 취준생일 땐 취업 불안감으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꾸준히 집에서 ‘혼술’을 하곤 했다. 바라던 입사에 성공했지만 술은 여전히 그의 동반자. 박씨는 “입사 뒤엔 회식이나 회사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술을 자주 마시게 된다”고 털어놨다.
20대 젊은층이 알코올을 찾고 있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알코올 중독 환자는 2012년 4415명, 2013년 4297명, 2014년 4643명, 2015년 4846명, 2016년 5337명으로 4년 만에 20.9%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40대와 50대 알코올 중독 환자 수는 각각 14.8%, 7.1%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20대 알코올 중독 현상에 대해 “청년층 폭음 비율 자체도 증가했고 그로 인한 의료 이용 비율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알코올 정책 전문가 김광기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주류 회사 마케팅이 20~30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특히 그 중에서도 20~30대 여성들을 초점으로 소주의 저도수화와 저알코올 탄산주 등을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미디어’를 꼽았다. 김 교수는 “최근 ‘혼술’ 등을 TV로 방영하는 영향도 크다”며 “미디어가 마치 ‘술 못 마시면 이상한 사람’처럼 만들어 놓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기침체에 따른 취업 스트레스 등 요소도 배제할 순 없다”고 분석했다.
◆이중고로 ‘달리는’ 20대 女 폭증...“국가가 심각성 인지해야”
김광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20대 중 특히 여성 알코올 중독 환자 수는 26.1%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남성 증가폭(16.7%)을 크게 앞질렀다.
자영업을 하는 A씨(28·여)는 “일이 늦게 끝나니 친구들과 만날 수 없어 편의점에 들러 술을 찾게 된다. 맥주 서너캔은 거뜬히 먹는다”며 “‘수입 맥주 네 캔에 1만원 세트와 최근 잇따라 출시된 저렴한 맥주가 알코올 의존에 더욱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덤덤히 말했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S씨(27·여) 또한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잊고 싶기도 하고 취한 뒤 감정 표현이 자유로워지는 게 좋아 주 2~3회 정도 마신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20대 여성 알코올 중독 환자가 급증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적 자원 확보 차원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여성의 경제 활동이 늘면서 여성 음주에 대한 ‘소셜 스티그마(사회적 낙인)’가 줄었다”며 “게다가 여성은 일과 양육이라는 이중고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광고와 마케팅에 제한을 둬야 한다”며 “때문에 음주 문제는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니라, 사회 경제 발전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저출산 시대에 가임기 20~30대 여성이 튼튼해야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 가임기 때 술을 마시면 태아 알코올 증후군이나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음주 폭행은 물론 음주 폐해를 줄일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