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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독에 빠진 한국④] 청소년 음주, 막을 法이 없다

기사등록 : 2018-12-1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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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청소년 67%가 술 손쉽게 구매
판매자만 처벌하는 청소년보호법 악용 사례도
외국은 벌금 부과…한국은 신분증 확인도 한계
만취 청소년 범죄도 증가세…"제도적 보완 시급"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술독에 빠졌다. 과음은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음주운전, 주폭을 늘려 사회를 병들게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성인 10%가 알코올 중독이며 하루 평균 13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연말이 되면 더 잦아지는 술자리, '술이 사람을 먹는' 현 세태를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술을 빨리 마시고 억지로 권하는 우리나라 술문화도 그렇지만, 음주를 경험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법적으로 청소년 술 구입을 막을 방법이 마땅찮고, 술 입수 방법 역시 날로 교묘해져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소년 67% 쉽게 술 구매…초등생 절반 음주경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청소년보호법 제28조에 따라 청소년이 술을 입수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청소년들이 술을 구입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지난 7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청소년 음주 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에 따르면 술 구매를 시도한 청소년 중 67.2%가 어려움 없이 술을 손에 넣었다. 고등학생의 술 구매 성공률은 73.2%, 중학생도 46.4%나 됐다.

나이를 속이고 업소에서 술을 마시는 ‘간 큰’ 청소년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청소년보호법 위반사범으로 업체가 단속된 건수 9750건 중 무려 77%가 청소년에게 술을 공급하다 적발된 경우였다. 이 건수는 최근 6년간 평균 7112건을 유지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단속 건수는 7521건으로 평균을 넘었다.

초등학생 음주량도 덩달아 증가세다. 2001년 통계를 보면, 초등학생 절반이 술을 마셔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초등생 5, 6학년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음주를 해본 학생은 무려 52.1%였다. 술을 경험한 계기는 주로 지인으로 드러났다.

◆날로 교묘해지는 술 입수 방법…어른들도 한몫

청소년들이 술을 손쉽게 입수하는 근본적 원인은 법과 제도의 부재다. 청소년보호법 제28조를 보면, 유해약물(주류) 구매자의 나이 및 본인 여부 확인 책임은 판매・대여・배포자에게 부여된다. 청소년에게 술을 팔다가 적발되면 책임이 업주에게만 돌아간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제재가 오직 판매업자에게만 있다 보니 청소년들이 이를 악용한다”며 “청소년에게 술을 팔지 않으려는 판매업자를 협박해 강압적으로 취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의 판매처, 즉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의 감시체계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의 경우, 수시로 ‘미성년자에 대한 술·담배 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송을 내보내고, 관련 안내문을 마트 곳곳에 붙여놓는다. 계산대에서도 필요 시 신분증을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이 밀리는 시간대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다. 주말이나 저녁시간대 등 사람들로 붐빌 때면 신분증 요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셀프계산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실상 구매자 얼굴만 확인하고 넘어가는 셈이다. 

한 대형마트 계산대. 붐비는 시간대에는 술을 사려는 청소년들에게 일일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12.12 [사진=김세혁 기자]

한 대형마트 직원은 “사람이 몰릴 땐 신분증 보여달라기가 뭣하다. 나이 들어보이는 청소년은 속수무책”이라며 “적발돼도 오롯이 판매자만 덤터기를 쓰니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나이 속이고 술 사는 청소년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흉악한 만취 청소년범죄…외국은 책임 직접 물어

청소년들이 쉽게 술을 입수하다 보니 10대들이 만취 상태에서 벌이는 사건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8일 새벽 4시 충남 논산에서는 만취한 청소년이 편의점 직원을 10분간 무자비하게 폭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가해 청소년은 숙취해소제를 사려다 자신을 비웃는다며 직원을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술에 취한 청소년 범죄가 점점 흉악해지다 보니 가해자에게 직접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외국은 이미 술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게 무거운 벌금을 매기고 있다. 

영국과 에스토니아, 호주(퀸즐랜드주)는 술을 사려고 시도하거나 구입 후 적발된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각각 1000유로(약 130만원), 1200유로(약 160만원), 3233달러(약 535만원)의 벌금을 직접 부과한다.

일본은 친권자나 법정 후견인에 무려 50만엔(약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미국은 21세 미만 청소년이 주류를 사거나 마시다 걸리면 사회봉사를 명령하는 등 직접 제재할 수 있다.

구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김용진 센터장은 “아이들 음주를 막을 건 법령 뿐이다. 우리나라는 편의점에서 24시간 술을 판매하는 국가 아닌가. 외국은 밤 10시 이후엔 성인들도 술을 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술에 대한 생각이 관대한 것도 문제다. 외국에서는 절대 어른이 미성년자에게 술을 권하지 않는다.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외국은 미성년자는 술을 절대 마셔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starzoob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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