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국내 은행들이 '포스트 베트남'으로 인도네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2억7000만명에 달하는 인구와 매년 5%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금융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도 발빠르게 인도네시아로 진출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 2007년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빈탕 마눙갈'을 인수한 데 이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2014년과 2015년 소다라은행,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를 인수했다. 이들 3개 은행의 인도네시아법인은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현철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금융권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남방특위 금융권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2.14 mironj19@newspim.com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설립 목표일을 내년 5월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아그리스, 올해 4월 미트라니아 은행 등 2개의 현지은행을 인수해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행은 현재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으로부터 현지 은행 인수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설립 심사 결과 최종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가 완료된 상황"이라며 "최종 승인을 통보받은 이후 내년 상반기 5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이미 중국,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러시아 등에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다.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이 출범할 경우 'IBK 동아시아벨트' 구축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모바일뱅킹 시장 공략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약 1만7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群島) 국가의 특성 탓에 대면 영업보다는 모바일뱅킹 같은 비대면거래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은행 계좌 보유율은 40%가 채 안되지만,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1억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최근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라인'과 손잡고 핀테크 디지털 금융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널리 쓰이는 모바일 메신저 중 하나다. 라인의 금융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아시아'는 최근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20%를 인수해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1억명에 달할 만큼 모바일뱅킹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라인과 협력을 통해 핀테크에 특성화된 영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큰 성공을 거둔 신한은행도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 모바일 소비자 금융사 '아꾸라꾸(Akulaku)'와 디지털 사업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아꾸라꾸 추천 고객에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이 대출을 지원하는 상품을 출시해 판매 중이다.
이달부터는 기존 고객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가 금융상품 개발과 공동 마케팅 진행을 위해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점을 감안해 국내 금융권의 신남방 진출을 지원하는 총괄 허브를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에 개설해 현지 진출에 애를 쓰는 금융사들을 후방 지원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지난 14일 김현철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청와대 경제보좌관)과의 간담회에서 인도네시아에 금융권이 함께 입주할 수 있는 건물이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금융권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베트남 이어 인도네시아로 역량을 더욱 확장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