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신용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일드커브 역전과 채권시장의 변동성 상승, 여기에 투자자들의 ‘리스크-오프’ 심리가 맞물리면서 이달 들어 정크본드 발행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고, 금융권의 레버리지론 거래가 연이어 연기됐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신용 사이클이 정점을 찍고 하강 기류를 본격화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움직임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17일(현지시각)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이달 들어 1조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하이일드 본드 시장에 신규 발행이 전무했다.
이 같은 상황이 월말까지 지속될 경우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2008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정크발행 실적 ‘제로’ 기록을 세우게 될 전망이다.
상황은 레버리지론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두 건의 레버리지론 거래가 연기됐다. 바클레이즈와 도이체방크, UBS, 웰스 파고 등 금융업체가 기초자산인 채권을 매입할 투자자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뮤추얼 펀드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매니저들이 정책 불확실성과 시장 리스크에 손발이 묶였다는 것이 월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기 레바스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신용 사이클이 정점을 찍고 꺾일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신용시장의 투자자들은 경계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에 따르면 1조3000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론 시장을 반영하는 지수는 지난 10월 이후 3% 가량 떨어졌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뉴욕증시가 최고치 기록을 세웠던 9월 중순 이후 정크본드 수익률은 100bp(1bp=0.01%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금융시장 여건이 크게 악화되면서 연초 리스크가 높은 차입 매수(LBO)에 자금줄을 댔던 금융권은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월가의 간판급 IB인 골드만 삭스와 JP모간도 보유한 채권을 대폭 할인한 후에야 간신히 거래를 성사시켰다.
신용시장의 마비 증세는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이머징마켓 역시 유동성 경색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얘기다.
JP모간과 모간 스탠리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하이일드 본드와 신용시장 전반에 악재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의 투기등급 채권 발행이 지난해 세운 최고치 962억유로에서 올해 36%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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