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동명의 웹툰을 시작으로, 영화(2011)도 개봉했고 드라마(2012)도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연극이다. 다양한 분야로 여러 번 재탄생 되는 이유는 콘텐츠의 힘이 아닐까. 특히 무대 위에 오른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더욱 깊은 울림과 감동으로 관객들을 울리고 있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공연 장면 [사진=나인스토리] |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연출 이해제)는 강풀의 인기 동명웹툰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원작은 2007년 4월부터 약 6개월간 연재되며 별점 9.6점을 기록했으며 총 3권의 단행본이 15만부 판매고를 올린 수작이다. 공연은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옮겨왔을 뿐만 아니라 대배우들의 열연으로 생생한 메시지와 따뜻함을 전한다.
우유배달을 하는 '김만석'이 파지를 줍는 '송씨(송이뿐)'를 신경쓰면서, 겉으론 퉁명스럽지만 수레도 밀어주고 주민등록증 발급도 도와주는 등 조금씩 가까워진다.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장군봉'은 기억을 잃어버린 아내 '조순이'를 돌보며 생활한다. 어느 날 길 잃은 '조순이'를 '송씨'가 찾아주면서 이들과 인연을 맺는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만난 네 사람은 이야기가 진솔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진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공연 장면 [사진=나인스토리] |
특히 '김만석'을 연기하는 배우 이순재는 영화, 드라마에 이어 세 번째로 같은 역할을 맡았다. 여러 번 연기하는 만큼 '김만석'이란 캐릭터는 그에게 완벽하게 체화됐다. 폐지를 줍는 '송씨'에게 마음이 가는 순간부터, 툭툭 무심한 듯 챙겨주는 '츤데레미(美)'까지 뽐낸다. 연기인지 애드리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자연스러운 대사와 표정, 몸짓 모두 그의 연기 내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작품 속 이들의 이야기는 핑크빛 로맨스가 가득한 흔한 사랑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다 똑같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서로를 위하는 배려가 더 크다. 때문에 이름과 주민증까지 만들어줬음에도 이별을 택하고, 짐이 되지 않으려 죽음을 택하는 식이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덤덤히 전해지는 대사가 가슴 깊이 각인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외면받기 쉬운 이들이 서로를 통해 세상에 쓸모있는 존재로 인정받게 된다. 누구든 나이를 먹고 늙어가지만, 막상 그때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실감을 할 수 없는 미래. 무대 위 이들의 모습은 모두를 대표할 수 없는 한 단면일 뿐이지만, 노년의 외로움과 고독, 소외감 등도 담겼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공연 장면 [사진=나인스토리] |
그렇다고 마냥 우울하거나 슬프지 않다. 노년의 로맨스에서도 나름의 알콩달콩과 귀여운 묘미가 있다. 내공 가득한 배우들의 연기가 이를 너무 잘 살린다. 이순재 외에 '김만석' 역은 박인환이 맡으며, '송씨' 역은 손숙과 정영숙, '장군봉' 역은 이문수와 신철진, '조순이' 역은 연운경과 박혜진이 캐스팅 됐다. 주인공 외에 '김만석'의 손녀 '연아' 역의 한초아, 문고운과 '원씨' 및 다역을 소화하는 김호진, 김주일 등이 극에서 깨알같은 웃음도 선사한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오는 2019년 1월2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