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올해를 마지막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부회장)은 20일 "시원섭섭하다. 반반이지만 시원이 좀 더 크다"고 말했다.
허 부회장은 이날 오전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한국석유화학협회 제2회 이사회 및 제1차 임시총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43년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50년 가까이 친분을 이어온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과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이 20일 오전 '한국석유화학협회 제2회 이사회 및 제1차 임시총회'에서 함께 손을 잡고 웃고 있다. [사진=유수진 기자] |
이 자리에서 허 부회장은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로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이 현대석유화학과 KP케미칼을 인수했던 걸 꼽았다.
후임으로 선임된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에 대해선 "물론 잘 할 것"이라면서 "후진을 잘못 키워놨더면 리더가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는 "항상 열정과 성실로 임하라"고 조언했다.
허 부회장은 떠나면서도 석유화학업계의 불황을 걱정했다.
그는 "아무래도 2019년이 걱정스럽다"며 "지난번 IHS가 아시아석유화학회의 때 오는 2022년까지는 수익성이 유지될 거라 했지만 2019년도는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허 부회장보다 한달 앞서 용퇴를 결정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친구와의 동반 퇴진에 대해 "다 그만둘 나이가 된 것"이라며 "다들 어떤 식으로든 할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부회장은 "내년에도 LG화학 안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19일 '2019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김교현 사장을 신임 화학BU장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그룹에서 화학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허 부회장은 43년간 몸 담아온 롯데를 떠나게 됐다.
이날 인사로 허 부회장은 화학업계에서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로 '선의의 경쟁'을 펼쳐온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과 나란히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앞서 박 부회장은 지난달 초 후진 양성 및 조언자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은퇴를 공식화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70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경쟁사에 입사한 뒤 50년 가까이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허 부회장은 1976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박 부회장은 1977년 LG화학의 전신인 럭키에 각각 사원으로 입사, 40년 넘게 화학이라는 한 길만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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