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반도체 위기론, 스마트폰 사업의 하강 국면..."
삼성전자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 예상에도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문에서 나타난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진행한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에서는 '위기 대응'을 화두로 각 사업 전략을 논의하고 이를 대하는 임원들의 자세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
◆ 올해 실적 최고 기록...주춤한 내년은 '위기 상황'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김기남 DS부문장(부회장)과 고동진 IM부문장(사장), 김현석 CE부문장(사장)은 글로벌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위기 대응'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각 사업 부문별 실적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다. 증권업계가 예상하는 내년도 삼성전자 매출은 약 244조원이며 영업이익은 52조원가량으로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사상 최대 실적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 사업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예상이 짙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내년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올 4 분기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올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지 못하고, 내년 1분기에는 7조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 사업 전반을 담당하는 김기남 부회장은 전략회의에서 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줄 것을 주문하고 '초(超)격차' 경쟁력 강화,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 강화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과 통신 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은 올해 부진한 사업 반전을 위한 방안 마련이 최대 숙제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IM부문 연간 영업이익이 약 10조원으로 지난해(11조원)보다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심한 경우 10조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하는 갤럭시S10과 폴더블폰을 성공시키기 위한 계획과 글로벌 거대 시장인 중국 시장 회복,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 시장 공략 등을 회의에서 논의했다. 통신장비 사업에서는 2020년 5G 장비 시장 점유율 20%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이 거론됐다.
TV와 가전 사업 부문(CE)에서는 당장 3주 앞으로 다가온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2019'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수익성 증대, 북미·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공략 중인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사업 확대, 프리미엄 8K TV 시장 선점 등의 전략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 "위기 대응, 사업 수장 마음가짐부터 달리해야"
무엇보다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는 각 사업을 이끌고 있는 임원들 자세부터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김현석 사장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스파이용 방해공작 현장 지침' 동영상을 공유한 것이 계기가 됐다.
스파이 지침은 조직 경쟁력 훼손을 위해 침투한 스파이가 해야 할 행동을 안내한 것으로 △상사 지시를 못 알아 들은 척 하거나 △잦은 회의 개최 △불평·험담 △실패에 대한 불안감 조성 등이 주요 내용이다.
김 사장은 이러한 행동이 조직 내에서 반복되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회사를 망가뜨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소개한 것이다.
이를 본 임원들 사이에서는 내용을 반면교사 삼아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회사가 맞이한 위기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자는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400여명의 임직원들이 모여 삼성전자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각 사업별로 내년 성과를 위한 준비한 전략들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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