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전 세계 주식시장이 올해 약세를 이어가면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으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칼 아이칸 [사진=블룸버그]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정보 제공업체 액티비스트 인사이트(Activist Insight)를 인용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시장 가치 5억 달러 이상의 284개 기업들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252개보다 늘어난 수치다.
이중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 스타보드 밸류 LP가 가장 바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엇은 공개적으로 24개 기업을 겨냥하고 있으며 아이칸과 스타보드 밸류는 각각 9개의 기업을 목표물로 삼았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주가 상승을 목적으로 회사 측에 변화를 요구한다. 이들은 올해 금리 상승과 경제 둔화, 주요국의 무역 갈등 등으로 시장이 흔들리면서 혜택을 얻었다. WSJ은 과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에 큰 베팅을 하는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상황이 기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대한 대응을 기업에 조언하는 커클랜드 앤드 엘리스 LLP의 션 매슈 파트너는 “시장의 하강은 우리 고객들의 일부를 더 취약하게 느끼도록 했다”면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기업들을 괴롭히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를 비롯한 전 세계 투자자들은 기업에 이전보다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들어 사상 최대치인 194석의 이사회 자리를 확보했는데 이 중 64%는 주주 표결이 아닌 회사 측과 합의로 이뤄졌다.
상장된 계열사 인수를 통해 재상장할 계획을 밝혔던 델 테크놀러지의 경우 이후 주주들의 피드백을 받았다. 이들에는 전통적으로 대치를 피해온 일부 투자자도 포함됐다. 아이칸이 주도한 압박은 델이 일부 주주들에 더 유리한 협상을 하도록 도왔다.
오카피 파트너스의 브루스 골드팝은 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의 이점을 알아가고 있다며 “그들의 돈이 들어간 곳에 그들의 의견을 내는 것이 그들에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회사 측에 친화적인 대주주가 있는 기업들조차 행동주의의 맹공격을 피해갈 수 없다고 본다.
캠벨 수프의 경우 기업 상속인이 40%의 이상의 지분을 들고 있는 덕에 오랫동안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을 피했지만 지난 9월 대니얼 롭의 써드 포인트 LLC는 이들 상속인 중 한 명과 팀을 만들어 캠벨 수프 이사진 전원을 교체하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결국 캠벨 수프는 써드포인트가 지명한 2인을 이사회에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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