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음주 감지기 시험에서 추가 음주 측정이 필요한 상태라면 음주 측정을 위해 운전자의 귀가를 막아도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울산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음주감지기 시험결과 음주반응이 나타났으므로 A씨가 그 이후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을 위해 예정돼 있는 경찰의 일련의 요구에 불응했다면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심 재판부는 A씨가 경찰의 음주측정요구를 피해 현장을 이탈하려 도주함으로써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고 이후 경찰이 A씨를 붙잡아 둔 행위는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있는지를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스핌DB] |
2016년 5월 새벽 A씨는 술을 마신 상태로 시비가 붙은 차량에 보복운전을 하다가 상대 차량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며 경찰에 허위 신고를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B씨는 허위 신고였음을 파악했다. B씨는 음주감지기로 A씨에 대한 음주 시험을 하자, A씨의 음주 반응이 나왔다. A씨는 음주 운전을 하지 않았다며 스스로 순찰차에 탑승했으나 인근 지구대로 향하는 도중 하차를 요구했다.
당시 순찰차에 음주 측정기가 없어 B씨는 인근 지구대에 연락해 음주측정기를 현장으로 갖고 오게 했고 A씨 귀가를 약 5분간 막았다.
음주측정기가 도착한 뒤 B씨는 A씨에게 약 10분 간격으로 4회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응,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2심은 경찰이 A씨를 약 5분간 붙잡아 둔 행위는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같은 상태에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도 위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