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역대 최대 규모인 2019년 서울시예산을 두고 세금 낭비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7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난 복지예산에 대해서는 박원순 시장의 ‘보여주기식 시정’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김학선 기자] |
◆새해 서울시예산 36조원...복지만 11조원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시예산은 35조7416억원 규모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큰 수정 없이 몸집을 유지했다. 애초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의 예산안이 민주당 의원 일색인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무난히 넘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서울시 제출안은 35조7843억원으로 여기서 감액된 액수는 427억원(0.12%)에 불과하다.
'프리패스' 논란이 일었지만 어찌됐든 올해 예산 규모는 지난해보다 3조9702억원(15.5%) 늘어난 액수로 역대 최대다. 지난 7년간 서울시예산 규모는 △21조7829억원(2012) △23조5069억원(2013) △24조4133억원(2014) △25조5184억원(2015) △27조5038억원(2016) △29조6525억원(2017) △31조 8141억원(2018)으로 꾸준히 늘었다. 2011년 11월 박 시장 취임 이후로 14조원이 불어났다.
서울시가 사상 최대 예산으로 살림을 꾸리게 된 데에는 ‘복지’가 한 몫했다. 올해 복지예산은 전체 3분의 1가량인 약 11조1000억원으로 처음으로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박 시장 취임 때 4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이 약 72조원(전체 예산의 15%)인 것에 비추어볼 때 서울시가 상당부분을 복지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시장의 핵심 공약인 '자영업자 3종 세트'도 시의회 문턱을 넘었다. ‘제로페이’ ‘소상공인 고용보험 가입지원’이 각각 39억원, 4억5000만원으로 원안을 유지했다. 서울형 유급 병가 제도가 10억원 삭감됐으나 총액 41억원으로 무리없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박원순표 민생정책’이 올해부터 본격 시동을 걸 전망이다.
◆자치구도 앞 다투어 ‘복지’
복지정책은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매김해 서울 전역에 퍼지는 모양새다. 서울시를 따라 각 자치구도 앞 다투어 최대 규모 예산확보에 나섰다. 강남구는 올해 예산 총 8716억원 가운데 복지예산 3592억원을 편성했다. 전체의 약 41%에 해당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광진구는 2019년 예산 4943억원 가운데 복지예산 2431억원을 배정했다. 전체 절반이 넘는 액수다. 다른 구도 마찬가지다. 강동구 3398억원(48%)을 비롯, △노원구 5440억(63%) △동대문구 3026억 △성동구 2338억원(46%) △송파구 4104억원(53%) △영등포구 2922억원(51%) △중랑구 3681억원(56%) 등 대부분 자치구가 구 회계 역사상 최대예산을 편성하고, 이 가운데 상당부분을 복지예산으로 돌리고 있다.
◆'취지는 좋은데'...예산불용 등 세금낭비 우려
민생을 챙기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은 좋으나 문제는 효율성이다. 실효성 없는 복지정책 남발은 자칫 시민 세금을 축내고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만 남발한다는 지적이다. 지자체와 자치구가 쏟아낸 정책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 예산의 경우 가장 먼저 비판받는 부분은 지출구조 문제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관행적으로 지출하는 재정구조가 항상 문제”라며 “기존 사업조차 재정 여력이 없어서 지방채로 돌릴 정도인데 예산 지출구조가 너무 경직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올해 재정확대를 위해 약 2조4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예산은 잡아놓고 사용하지 않는 예산불용(不用)도 정책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김 위원은 “서울시가 저소득층을 위해 추진하는 임대주택정책의 경우 겉으로 보기엔 수백억, 수천억원이 편성돼있으나 연간 절반 정도가 불용액이다”며 “소위 ‘서울형’이 붙는 복지사업 들이 이런 불용예산이 많다”고 비판했다.
실제 서울시는 재개발 매입임대형 리츠 사업 예산 391억원, 역세권 청년주택 매입 및 공급 활성화 예산 251억원 등을 책정만 해놓고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김 위원은 “지출구조 개선 없이 예산편성만 하는 것은 보여주기 식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박원순 시장은 3선이므로 민선 6기 때 본인의 정책 사업을 비판적으로 계승해야하는데, 마치 초선처럼 복지 의지만 밝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서울시 제로페이 결제시연을 하고 있다. 2018.12.20 pangbin@newspim.com |
◆박원순표 3종 복지정책, 조급증·중복 논란만 일으켜
이른바 ‘박원순표’ 복지정책은 이미 조급증, 정책중복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 등이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 하루 약 8만원을 지급해주는 서울형 유급병가제는 설계과정부터 무리한 추진으로 빈축을 샀다. 보건복지부와 협의없이 추진했다가 비판을 받았으며 선심행정, 공청회 부재 등 숱한 잡음을 일으켰다. 또한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안 제출 당시 관련 조례가 없는 데도 예산만 책정했다가 '밀어붙이기' 졸속 행정이라는 비난을 불렀다.
더 큰 문제는 정책 중복에 따른 재정 낭비 가능성이다. 이미 기존 제도가 있는 데도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정책에 예산을 투입했다는 지적이다.
최경희 서울시의회사무처 예산정책담당관은 “고용노동부 상병급여제도나 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 실업급여, 상병보상연금, 장애급여 등 이미 중복소지가 있는 유사한 정책이 있다”며 “서울시는 고용부와 연계해 제도적으로 중복되지 않게 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중복을 막을 장치나 방법이 미비하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0일 첫 시행한 제로페이(서울페이)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시민이 정책을 외면하는 모양새인 데다가 가입률마저 저조해 소상공인 카드결제 수수료를 줄여주겠다는 좋은 취지마저 무색케 하고 있다.
더욱이 다급해진 서울시가 가맹점 확대를 위해 시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총동원령’을 내렸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제대로 된 정책검증 없이 무조건 서두르고만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로페이 도입에 따른 정부와 금융권과 불협화음도 풀지 못한 과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영업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시 유관부서와 자치구에 협조를 구하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업무 범위”라며 “업무와 무관한 공무원을 모두 동원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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