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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세계 최대 유료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가 미국과 유럽을 들끓게 한 데 이어 중남미 지역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6년 전 멕시코 시장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이 직원 한 명이 통솔했던 스포티파이가 어떻게 중남미 시장을 지배하게 됐는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그 성공 비결에 대해 3일(현지시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중남미에서 스포티파이의 위상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예는 바로 가수 대니 오션이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대니 오션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일념으로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로 떠났다. 마이애미의 피자 가게에서 일하던 대니 오션은 어느 날 고향의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다 '메 레우소(Me Rehúso)'라는 곡을 만든 뒤 유튜브와 스포티파이에 올리게 된다.
그가 올린 곡은 스포티파이의 콜롬비아와 칠레, 페루 차트에서 순위가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실시간으로 이용자들이 어떤 음악을 듣는지 모니터 하며 플레이리스트를 관리하는 큐레이터들의 눈에도 띄게 된다. 대니 오션의 곡은 결국 만장일치로 스포티파이의 여러 플레이리스트들에 추가되며, 그 인기는 일파만파 퍼져나가게 된다.
결국 노래가 발매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니 오션은 오직 '메 레우소' 이 한 곡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음반 레이블 중 하나인 워너뮤직과 계약을 체결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는 또 라틴음악과 힙합을 결합한 음악 장르인 레게톤의 새로운 제왕으로도 군림하게 된다. 물론 이처럼 동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니 오션 외에도 여럿 있다.
가수 저스틴 비버 역시 온라인에 음악을 올린 것을 계기로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른 인물 중 하나다. 다만, FT는 저스틴 비버의 경우 스포티파이가 아닌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린 것이 성공의 계기였다면, 이제는 대니 오션의 성공을 이끈 스포티파이가 중남미에서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유료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로고 [사진=블룸버그통신] |
◆ 중남미의 젊은 인구와 저렴한 가격, 중산층 증가가 성공 비결
스포티파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을 들여 중남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스포티파이의 경제 디렉터인 윌 페이지는 기업의 중남미 점령 비결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정말로 한 일이 크게 없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이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심지어 성공할만한 방책조차 없었다. 현재 칠레는 스포티파이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지만 우리는 칠레에 직원조차 보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스포티파이 관계자의 이같이 겸손한 답변과는 다르게 FT는 스포티파이의 성공 비결로 몇 가지 요소를 꼽았다. 중남미의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과 중산층 증가 그리고 저렴한 서비스 가격이 바로 그것이다.
스포티파이의 핵심 고객인 30대 미만의 청년층은 중남미에서 그 숫자가 인구 절반에 달한다. 여기에 중남미에서는 중산층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유료로 음악 감상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또 중남미에서 기본적으로 라디오가 지배하고 있는 덕분에, 다양한 플레이리스트와 추천곡으로 넘쳐나는 스포티파이의 방식이 중남미에서도 성공적으로 통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스포티파이는 중남미에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례로 멕시코에서 한 달에 99페소(5670.72원)만 내면 무려 3천만 곡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는 미국 이용자가 지불하는 값의 절반 수준이다. 많은 멕시코 젊은 층이 15~20달러를 내고 CD 한 장을 구입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한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멕시코시티에서 음악 출판일에 종사했다는 케빈 도켄도프는 "또 다른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디저도 있었고, 아르디오도 있었지만 스포티파이가 모든 것을 파괴 했다"며 멕시코에서 스포티파이 서비스가 시작됐을 당시를 회상했다.
◆ 중남미 넘어 인도와 러시아, 아프리카 시장까지 노려
중남미에서 이룬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은 스포티파이의 최고경영자(CEO) 다니엘 에크는 이제 전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스포티파이가 주목하는 곳은 인도와 러시아, 아프리카 국가를 비롯한 신흥시장이다. 다니엘 에크는 지난 4월 기업공개(IPO)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아직도 스포티파이 앱을 이용하지 않는 이들이 수십억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인도와 러시아, 아프리카 등을 비롯한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스포티파이는 또 지난해 11월에는 중동 지역에 진출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스라엘, 베트남, 루마니아에서도 서비스를 런칭했다. 이제 스포티파이 앱에 접속하면 이용자들은 "아랍"과 "아프리카"라는 장르가 뜨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중남미에서 거뒀던 성공을 다른 신흥 시장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FT는 인도와 같은 일부 시장에서는 난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아마존부터 월마트까지 큰 성공을 거둔 서방 기업들이 인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스포티파이는 인도에서 현지 음악 서비스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여기에 인도에서 2017년 말을 기준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숫자는 2억1600만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오직 100만명 만이 유료 음악 서비스를 이용한다. 특히 현지 업체들마저 인도 국민들이 유료 음악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설득하는 데 실패한 가운데, 스포티파이의 인도 점령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