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명단에 들어갔으면 잔치 중이겠죠."
국내 배터리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중국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리스트에 해당 업체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이 포함됐냐는 질문에 "이번에도 안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9년 새해가 밝았지만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여전히 중국정부의 보조금 명단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정부는 지난 4일 새해 들어 처음으로 보조금 리스트를 발표했다.
전기차 배터리 연구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
이날 중국 공업화신식화부(공신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순수전기차 45개사 83개 모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4개사 10개 모델 △수소연료전지차 2개사 2모델 등 총 95개 모델이 포함된 '친환경차 보조금 목록'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자사의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 이름을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해가 바뀌었지만 중국정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국내 업체들은 중국정부가 지난 2017년 초부터 2년 넘게 자국 기업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형식승인이나 보조금을 신청할 때 비용이 들기 때문에 어차피 안 될 거 신청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한 보조금에 매달리기 보단 아예 보조금 정책 자체가 사라지는 오는 2020년에 맞춰 사업 재개를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2017년 20%, 2018년 30%, 2019년 40%씩 점차 축소해왔으며, 내년에 완전히 없앨 계획이다.
배터리 3사의 이러한 방침은 중국 내 설비 증설 및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기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있는 중국 장쑤성 난징시(남경)에 제2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오는 2023년까지 총 2조2500억원(20억 달러)을 단계적으로 투자, 연간 32GWh(전기차 50만대 이상 적용)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완공 후 시험가동 등을 거쳐 오는 10월 양산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SK이노베이션는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의 배터리 합작법인 BESK를 통해 장쑤성 창저우시에 7.5GWh 규모의 배터리공장을 짓고 있다. 연산 전기차 25만대에 사용 가능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올 하반기 준공을 완료, 내년 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지난달 중국 시안에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을 짓기로 결정, 세부 투자 조건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투자 규모는 약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해당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전기차 약 40만대에 적용 가능한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의 김정주 대표는 "대부분 중요한 프로젝트들이 2020년 시작돼 5년에서 7년 정도 길게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에 대비해 국내 업체들이 중국 내 투자를 늘리며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배터리 수요가 점차 늘고 있으니 2020년 이후 국내 업체들의 상황이 개선될 걸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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