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책임 판결을 받은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자산 압류 절차를 승인하면서, 자산 처분을 통한 피해자 배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 등이 낸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 압류 신청을 최근 승인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춘식 강제징용 피해자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에서 승소판결이 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30 kilroy023@newspim.com |
이씨 등은 지난해 12월 31일 포스코와 신일철주금의 전신인 신일본제철이 2008년 1월 합작 설립한 '포스코-니폰스틸RHF합작법인(PNR)' 주식 가운데 신일철주금이 보유한 234만여 주를 대상으로 압류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 중 8만1075주에 대한 압류를 결정했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2억원 규모로 피해자 2명의 배상금 수준이다.
법원은 이같은 결정을 PNR 측에 알리는 송달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압류 명령 송달이 완료되면 신일철주금은 해당 자산을 임의 매각 또는 양도할 수 없게 된다. 신일철주금이 법원 결정을 바탕으로 피해자와 합의를 거치면 해당 자산을 바탕으로 배상이 이뤄진다.
다만, 법원의 이같은 결정에도 즉각 배상이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피해자 측이 배상금 지급 외에 강제징용에 대한 사과 등 합의를 염두에 두고 추가적인 주식 매각 명령을 신청하진 않은 상태인 데다, PNR 측이 법원 결정에 반발해 즉시 항고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미 신일철주금 측은 법원의 압류 결정 소식이 언론 등을 통해 전달되자 “아직 법원 결정이 송달된 것은 없다”면서도 “일본 정부와 논의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철주금 측이 즉시항고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압류 절차가 즉시 중단되지만, 가능성은 작다. 이에 기업과 일본 정부가 외교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배상 금액 자체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과 향후 이어질 소송을 고려하면 신일철주금이 압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국내에서는 강제 자산 매각 절차 등을 비롯한 결정에 대한 또다른 법정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뿐만 아니라 신일철주금이 일본 정부와 논의해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피해자 이씨 등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1·2심은 한일청구권협정의 효력에 따라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2012년 이같은 판결을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지난해 파기환송 상고심에서 피해자들의 승소가 최종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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