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 등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1심에서 1년6월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재희 판사는 10일 선고 공판을 열고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은행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 전 은행장이 도망 여부가 있다고 판단해 법정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이 전 은행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김학선 기자 yooksa@ |
이와 함께 법원은 이 전 은행장과 함께 기소된 임직원 5명 중 남모 전 국내부문장(부행장) 등 4명에게 징역 6월~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가담정도가 낮다고 판단된 실무자 1명은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
앞서 이 전 은행장 등 임직원들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채용 청탁 명부’를 관리하며 우리은행 직원 공개 채용에서 37명을 부정채용한 혐의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판사는 “우리은행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기업이긴 하지만 다른 사기업과는 달리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거나 금융위기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국가로부터 감독 과 보호를 받는 금융기관”이라며 “은행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위치, 주식보유 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비춰보면 공공성의 정도가 다른 사기업보다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은행은 상당히 높은 신입직원의 보수액 등 대기업으로서 취업을 희망하는 많은 취준생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라며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하고 그 기본은 공정한 채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된 모든 채용절차에서 모든 지원자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채용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공개채용을 선언하며 학령, 전공, 연령제한 없음을 공지함으로서 탈스펙과 열린 채용을 기치로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채용의 공정성이 지켜질 것으로 여겼던 많은 지원자들이 사실은 인사라인에 청탁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유력자나 고위 임직원을 배경으로 뒀다는 것이 새로운 스펙이 되고 그런 지원자들에게 우리은행의 취업 문턱이 활짝 열려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꼈을 절망감과 허탈감은 감히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기대하고 채용절차에 성실히 임한 지원자들과 이를 지켜본 취준생에게 배신감과 좌절감을 안겨줬다"며 "적어도 우리은행 정도의 금융기관이면 채용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사회전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꾸짖었다.
특이 이 판사는 이 전 은행장에 대해 “자신의 은행장 연임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국정원 등 국가 고위관부의 청탁을 중요하게 봤다”며 “자신과 친분있는 청탁을 받아들이는 등 긍정적으로 고려할 만한 사유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은행장은 법정구속 선고 이후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이 판사의 질문에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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