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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연극 '레드' 강신일x정보석, '소멸하는 세대'에 대한 공감 열연

기사등록 : 2019-01-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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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마크 로스코와 조수 켄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
내달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세대를 떠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것을 지키고 추구해야 할지 느꼈으면 좋겠다."

연극 '레드' 공연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연극 '레드'의 다섯 번째 시즌에 출연중인 배우 박정복은 10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관객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레드'는 색면추상의 대가로 알려진 화가 '마크 로스코'와 그의 조수 '켄'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으로, 추상표현주의에서 신사실주의로 변화하는 과도기에서 나타나는 세대 갈등을 그린다.

'마크 로스코' 역을 맡은 배우 강신일은 2011년 국내 초연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시즌에 참여했다. 그는 "처음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뻤는데, 연습화는 과정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더라. 초연 때는 그의 예술세계, 철학, 사상의 깊이를 이해하려고 노렸했고, 관객들에게 생소한 분이라 쉽고 편안하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말을 바꾸는 작업을 길게 했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파악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다. 이번에는 연민이 더 깊게 밴 것 같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소멸해가는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15년에 이어 다시 한번 '마크 로스코' 역에 도전하는 배우 정보석은 "공연을 봤을 때는 너무 좋아서 해보고 싶었는데, 막상 하게 됐을 때 너무 무담스러웠다. 첫공 때 너무 힘들어서 연극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했었다. 이번에 다시 왔을 때도 숨이 막혔다. 그만큼 어려운 작품이고 인물이지만, 이번에는 마크 로스코가 뭘 고민했고, 그림 속에 담아내고자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 '레드' 공연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배우 박정복은 '켄' 역으로 세 번째다. 그는 "세 번을 하면서도 단 한번도 흥미를 잃은 적이 없는 작품이다.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무대가 굉장히 좋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켄' 역으로 처음 합류한 배우 김도빈은 "서울예술단에서 생활할 때 '레드' 포스터를 보면서 매력있을 것 같단느 생각이 들었다. 대본을 읽고 완전히 매료됐다. 연습을 할 수록 점점 더 어렵더라. 대본이 좋다고 배우가 연기하기 좋은 건 아닌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작품은 미국 작가 존 로건이 마크 로스코의 실제 일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세대의 충돌 속에서 구시대 '마크 로스코'와 신세대 '켄'의 치열한 논쟁을 단지 피상적인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인생에서 '예술이 왜 필요한 지'와 '인간의 삶 그 자체'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갖게 한다.

배우 강신일은 "50이 넘어가면서 밀려나는 나이가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언저리에 '레드'를 만나게 됐다. '마크 로스코'란 인물을 몰랐는데 이 사람의 방대한 지식의 양과 깊이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인물, 새로운 가치에 밀려나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모습에 이입이 됐다. 저도 아무리 나이 먹어도 무대에 오를 거라는 오만한 생각이 있었다. 매 공연마다 '마크 로스코'의 말에 너무나 공감한다. 밀려나는 세대지만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이나 열정에 뒤쳐지지 않는다. 그들을 막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공유하고 같이 따라가려고 스스로를 다지고 반성하고 공부하는 계기로 이 작품을 하고 있다"고 '레드'의 매력을 설명했다.

연극 '레드' 공연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이어 "극 중 '마크 로스코'는 아버지를 존중하지만 몰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켄'을 인정하게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걸 창조해야 하지만 앞선 선배들의 업적을 묵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관객들이 이번 공연을 볼 때 하나의 음악처럼 느꼈으면 좋겠다. 배우들의 대사가 이중주처럼, 배우들의 동작이 무용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보석 또한 "후배들이 올라오고 제가 어디에 서야할 지 고민할 때 이 작품을 보면서 흠뻑 빠져들었다. 소멸하는 세대에 대한 공감이 된다. 작품을 놓지 않고 끝까지 열정적으로 진지하게 하는 마음이 저를 다잡게 되고 가장 동질감을 느낀다"며 "세대가 다르지만 서로 적은 아니다. 작품을 통해 각자의 생각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소중하게 여기며 어우러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연극 '레드'는 2010년 제64회 토니상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등 6개 부문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국내 공연에서도 초연 이후 매 시즌 객석 점유율 90% 이상 기록한 수작이다. 오는 2월1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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