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류태준 기자 =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을 둘러싼 진통이 오는 15일 분수령을 맞는다. 이미 한차례 겸직을 만장일치로 반대한 대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결정이 남은데다, 이에 따라 내부 갈등이 증폭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일단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개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사진=DGB금융지주> |
14일 DGB금융에 따르면 대구은행 임추위는 오는 15일 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워원회(자추위)의 '대구은행장 한시적 겸임안'을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DGB금융 이사회는 지난 11일 자추위를 열고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했다. 오는 2020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인 겸직체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자추위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면 임추위의 최종 검증과 주주총회를 거쳐 대구은행장이 최종 선출된다.
자추위는 "은행 이사회에서 추천한 후보를 포함해 여러 후보들을 검증한 결과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잘못된 기업문화, 내부갈등, 파벌싸움 등 과거와의 잘못된 연결고리는 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해 김 회장 겸임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은행 임추위가 이미 김 회장 겸직에 반대 의사를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노조를 중심으로 은행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노조는 임추위 겸직안 부결을 요구하는 한편, 결정에 따라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대구은행 노조는 "마루를 내어 주니 안방까지 달라한다"며 "겸직 결의는 임직원 노조 지역 사회와 합의한 약속의 파기이며, 자추위는 이해 당사자가 개입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15일 임추위에서도 겸직 의지를 드러낸다면 그에 맞는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며 "임직원들은 능력과 신망이 있고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출신 은행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DGB금융은 막판까지 임추위를 설득해 결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은행장 선임을 더 늦출 수는 없기 때문에 겸임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얘기다.
김태오 회장도 이날 내부 담화문을 통해 차기 최고경영자(CEO) 육성프로그램 준수 의지를 피력했다. 차기 CEO 육성프로그램은 내년 6월 차기 행장 후보자를 선임해 양성 과정을 거쳐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김 회장이 겸직할 경우 지주 회장-은행장 겸임 체제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오는 15일 결의되지 않을 경우 다시 임추위를 열어 논의를 지속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설득을 지속해 주주제안권 발동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DGB금융은 대구은행 주식 100%를 보유한 유일한 주주로 겸직 안건을 주주총회에 올릴 수 있다.
DGB금융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주제안권은 발동할 계획이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임추위에서 거부가 나오면 한 번 더 논의를 거칠 수는 있겠지만, 은행 이사회를 설득해 주주총회가 일정대로 마무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신중 모드다. 내부 경영 이슈라 보고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은행 리스크 확대로 볼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 아래 다른 검사 계획을 잡아놓지는 않았다. DGB금융과 대구은행 사이에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당국까지 개입할 경우 사안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내부 판단도 작용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박인규 전 회장 문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1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새로운 리스크가 불거진 것은 아니고 기존 문제를 내부적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까지 개입하게 되면 DGB금융 이슈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며 "대구은행 전직 임원들이 특별검사 등을 요구한 민원에 대해서는 내부 경영에 개입할 사항이 아니라고 답변하는 선에서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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