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씨티그룹을 필두로 미국 대형 은행의 4분기 실적이 연이어 공개된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유동성 경색 조짐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은행의 여신이 크게 위축, 미국 신용 사이클의 본격적인 하락 반전 예고한 것. 중국과 유럽에 이어 미국으로 경기 한파가 확산된 상황과 맞물려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15일(현지시각) JP모간은 지난해 4분기 상업 및 산업 여신 규모가 전년 동기에 비해 1%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신 증가 폭은 전분기 4%에서 크게 떨어졌다.
이와 동시에 JP모간은 부실 여신 충당금 규모를 상당폭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하고,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섰다는 얘기다.
상황은 이날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웰스 파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12월 웰스 파고의 상업 및 산업 여신 규모는 5% 증가했다.
하지만 연간 기준으로 총 여신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택 담보 대출이 28% 급감했다. 웰스 파고의 4분기 매출액이 5% 급감한 것도 여신이 위축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와 함께 웰스 파고가 미국 최대 모기지 대출 업체라는 점에서 이번 수치는 미국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꺾인 상황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전날 4분기 성적표를 공개한 씨티그룹 역시 소매 대출이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소비자 금융 부문의 매출액이 84억4000만달러로 제로 성장을 나타냈다. 투자은행 부문의 매출액이 1% 감소한 13억달러를 기록한 것도 여신 성장이 꺾인 데 따른 결과라는 진단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은행 실적에서 미국의 신용 사이클이 아래로 꺾이는 움직임이 정확하게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지난해 네 차례에 걸친 금리인상으로 인해 단기 자금 조달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한 한편 장기 여신에 대한 이자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은행권 수익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JP모간의 4분기 순이익은 70억7000만달러, 주당 1.98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주당 2.20달러에 못 미쳤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7% 줄어든 31억7000만달러로 파악됐다.
씨티그룹 역시 4분기 트레이딩 부문의 매출이 14% 급감한 가운데 전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 감소한 17억1000만달러에 그쳤고, 순이익은 43억달러로 집계됐다.
웰스 파고의 4분기 순이익은 60억6000만달러, 주당 1.21달러로 전년 동기 61억5000만달러에서 감소했고, 매출액도 209억8000만달러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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