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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면제확대] 예타 "대못 규제 VS 최소 안전장치" 논란 팽팽

기사등록 : 2019-01-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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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예타 평가는 경제논리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4대강 사업 비롯 예타면제 사업들의 국가재정누수 문제 이어져
만든 지 20년된 규제..예타 관련 법령 전면수정 논의도 나와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움직임이 가속화되자 이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겁다.

지방자치단체에선 국가균형발전을 이유로 예타 면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정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조치와 더불어 경제성 분석에 치우친 지금의 예타 평가 기준을 전반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반면 반대 입장에서는 예타가 국가 혈세누수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거를 위해 날림으로 내세우는 SOC사업을 여과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6일 지방자치단체와 건설업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조치와 관련해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란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 당시 처음 도입됐다.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경제성, 재원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크게 ‘국가재정법’이 적용되는 국가재정사업 예타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법률’이 적용되는 공공기관 예타, 지방공기업법이 관여하는 지자체 공공기관 예타로 나뉜다. 이중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광역별 예타면제사업은 국가재정사업 예타에 해당된다.

이미 국가재정법엔 예타 면제 조항들이 있다.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예타 면제 요건을 법에 명시해 관리하고 있다. 법령에 따르면 문화재 복원사업, 남북교류협력과 관련된 사업, 기존 시설의 효용 증진을 위한 유지보수사업, 재난예방을 위해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을 비롯한 10가지 예타 면제 요건이 있다. 10가지 요건 중 문 대통령이 언급한 예타 면제 사업은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을 위해 국가 정책상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해당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가재정사업 예타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때 ‘비용편익비율(B/C)’이 1을 넘기면 사업성(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보통 사업이 추진된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도 발생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B/C 값이 0.8~0.9 정도로 나와 1에 미치지 못해도 다른 부분에서 점수가 높을 때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5년 경제성 평가 결과 0.39가 나왔던 호남고속철도가 대표적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인구나 경제성과 같은 기존의 잣대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며 “미래에 비전이 있는가,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일인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 발언 이후 호남고속철도 사업은 낮은 경제성 분석 결과에도 불구하고 탄력을 받아 추진됐다. 

예타 면제를 찬성하는 지자체들은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든다. 현행 예타 제도가 경제성 분석에 치우쳐 수도권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 앞서 신년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도 “서울, 수도권은 예타 면제가 쉽게 되는 반면 비수도권 지방의 사업은 인구가 적어 예타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괄적인 예타 사업 대상기준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도쿄나 파리는 공공재정사업을 선투자 개념으로 보고 철도와 같은 SOC는 공공재로 여겨 예타를 거치지 않는다”며 “일정 규모 이상 사업은 모두 예타를 거쳐야 하는 우리나라 사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예타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주장한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규모 사업을 국가재정 누수없이 시행키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예타가 면제된 4대강 사업이 국가재정손실로 이어진 전례를 보더라도 예타는 강화되는 게 맞지 예타 면제 남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재 지자체가 정부에 제출한 예타 면제 요청사업은 70조4614억원 규모, 총 38개 사업이다. 이에 대해 권 팀장은 “지금 법적 절차가 있음에도 면제조항에 의해 예타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기본적인 절차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많은 사업들의 재정누수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예타 면제 사업 선정과 더불어 예타와 관련된 조항을 전반적으로 수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SOC 사업 예타 대상기준을 총 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조정하거나 예타 평가항목 중 지역균형발전 평가에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들이 언급되고 있다.

김현수 교수는 “이제까지는 경제성을 판단하는 B/C 값에 부여된 가중치가 과도해 지역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신성장 사업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만 쏠리는 문제가 있었다”며 “예타 평가 항목 중 지역균형발전에 가중치를 두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유한한 자원을 나눠 써야 하는데 그 사업이 이 사회를 위해 필요한 것이냐를 고민하는 기회가 예타”라며 “예타를 면제하려면 꼭 (예타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anan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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