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정연주(73) 전 KBS 사장 배임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적법한 공소권 행사 범위를 일탈해 부당하게 기소했다고 결론 내리고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이같이 심의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 /김학선 기자 yooksa@ |
정 전 사장은 2003년 4월 취임한 후 이명박 정부 출범 6개월 뒤인 2008년 8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뒤 해임됐다.
배임 혐의는 2012년 1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으나 과거사위는 당시 정부가 언론장악을 위해 무리하게 기소하는 등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판단, 조사대상 사건으로 선정했다.
KBS는 1999~2004년 국세청을 상대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등 총 17건의 소송을 냈다. KBS는 1심 판결에서 승소해 2448억원을 환급받을 수 있었으나 2005년 2심 과정에서 556억원을 받고 조세소송을 취하해 문제가 됐다.
검찰은 KBS가 승소 가능성이 있음에도 당시 회사 경영난으로 정 전 사장이 퇴진 위기에 몰리자 적자 만회를 위해 서둘러 합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이에 대해 “정 전 사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는 유죄 판결 가능성에 대한 상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제기된 것”이라며 “적법한 공소권 행사 범위를 일탈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1‧2심은 KBS가 항소심에서 패소해 세금을 환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만약 최종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과세관청은 법인세 등을 다시 부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 전 사장에 대해 배임죄 무죄를 선고했는데, 검찰도 기소 당시 항소심에서 이런 사정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 지휘 라인은 서울중앙지검 박은석 부장검사, 최교일 1차장, 명동성 지검장이었다. 과거사위는 지휘부 차원의 기소 압박이 아닌 담당 검사의 법리오해 상당과오로 결론 내렸다.
과거사위는 정 전 사장에 대한 고발 자체가 정부 기획‧조종에 의해 제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검찰총장의 ‘정연주 사장 퇴진을 바라는 측에서 고발한 것으로 보인다’는 진술 등을 종합하면 정부 기획‧조종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이나 자료를 발견하지 못해 판단 불능”이라 밝혔다.
수사 과정과 기소 경위에 부당한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 간섭이 심한 건 사실이었으나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1차장검사, 조사부장, 담당검사 등이 “이 사건에 대한 정부로부터 외압은 없었다”고 진술하는 등 명확한 진술이나 자료를 발견할 수 없었다.
과거사위는 이번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검사의 잘못된 기소로 피해를 입은 정 전 사장에 대해 검찰 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위법‧부당한 공소제기에 대한 통제방안을 마련할 것을 함께 권고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법왜곡죄’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법왜곡죄는 판사‧검사‧중재인 등이 법률사건을 처리하거나 재판함에 있어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 처벌하는 법이다.
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고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관한 검찰총장 지휘‧감독권 제도의 개선책 마련을 권고했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