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올들어 고가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에 이어 상업용 빌딩 토지에 대한 공시지가 인상이 예고되자 임대인(건물주)이 세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가를 비롯한 상업용 건물은 건물 기준시가와 토지 공시지가를 합쳐 세금을 계산한다. 공시지가가 오르면 재산세를 비롯한 세금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임대인은 늘어난 세금 만큼 임차인에게서 임대료를 올려 받을 가능성이 크다.
23일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의 주택, 토지에 대한 '공시가격 현실화' 조치로 인해 상업용 빌딩 토지의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는 공시가격 현실화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주 고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필두로 공동주택 공시가격과 상업용 건물, 토지에 대한 공시지가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공시지가가 현실화되면 명동과 강남, 홍대 일대를 포함 서울 주요 일대 상업 빌딩의 공시지가가 일제히 오를 전망이다.
상업용 빌딩의 세금은 일부 건물을 제외하곤 건물과 토지를 분리해 과세한다. 건물분은 국세청의 기준시가에 근거하고 토지는 공시지가에 따른다. 이에 따라 공시지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된다.
상업용 빌딩 토지의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란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제정의실천국민연합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독주택과 토지 공시가격이 아파트에 비해 실거래가 반영율이 현격히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상업용 빌딩에 대한 공정과세가 힘들다는 설명이다.
다만 상업용 빌딩의 공시지가가 오른 후 발생하는 세 부담은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세부담이 가중된 건물 임대인은 고스란히 임대료를 세입자에 전가시킬 우려가 나온다.
강남 테헤란로 한 빌딩에서 커피숍을 운영중인 사장은 "올라버린 인건비에 임대료까지 상승하면 커피숍 운영이 힘들어질 수 있다"며 "상권이 좋은 빌딩일수록 임대료가 가뜩이나 비싼데 공시지가가 오르면 임대료가 껑충뛰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2019.01.17 mironj19@newspim.com |
현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료 인상폭은 연간 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보증금과 월세 환산액 등 환산보증금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부유한 임차인으로 분류돼 상한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상가임대차 보호법으로 보호되는 환산보증금 기준액을 상향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상태다. 임대차보호법 적용범위에 포함되는 환산보증금 기준액은 서울 지역은 현재의 6억1000만원에서 9억원으로, 부산과 과밀억제권역은 5억원에서 6억9000만원으로 상향된다.
더욱이 10년 장기 임대차계약을 피하기 위해 임대인들이 특약을 계약서에 넣거나 이면 합의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컨대 임대인이 건물 전체 리모델링을 이유로 상가를 비워달라고 하는 방식이다.
또 임대인이 계약 갱신 시점에 한꺼번에 많은 임대료를 올려 받거나 기존 임차인과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더군다나 상가에 시설투자를 많이한 세입자들은 매몰비용이 커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 갱신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공시지가가 치솟을 명동을 포함한 유명 상업지역에서 임대인의 세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시간을 가지고 공시가격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업용빌딩 공시가격 제도가 도입되면 세 부담은 가파르게 올라갈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은 지방세인 재산세는 건물분의 경우 기준시가의 50~60%인 지방세 과세표준으로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와 지방세에 모두 적용되는 공시가격이 산정되면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도 2배 이상 뛰어오를 가능성이 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빌딩 공시지가가 횰 좋지 않기 때문에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당장 올리진 않겠지만 경기가 좋을땐 바로 임대료에 반영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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