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미술계는 “남녀 불평등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작품에 있어서 만큼은 남녀를 차별하지 않고 그들의 자유로운 사상으로 판단하고 존중한다는 거다. 하지만 필드로 나오기 전 미술학계에서 펼쳐지는 성불평등의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공연계, 영화계에 이어 최근 체육계까지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지난해 논란이 한창이던 때에도 미술계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미투 사고가 주로 학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며, 교수와 학생 간 권력체계 등에서 이뤄지는 남녀 불평등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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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관계자들은 미술계에서 ‘미투’ 운동 등 젠더 불평등 문제가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는 현상에 대해 “이미 문제의 작가들이 너무나 원로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다행히도 미술계에는 젠더 불평등 문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굳이 옛 이야기까지 꺼내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보인다.
1세대 페미니스트 작가인 윤석남(81)은 미술 학계에서 일어나는 성불평등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떠올렸던 1960년, 그 당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남자 입학생의 정원을 확보한 것으로 윤 작가는 기억한다. 그는 “내가 알기로 1960년대, 똑똑한 애들을 미술공부 안 시킨다던 때다. 그러니 서울 미대가 여성들 판이었다. 학교에서는 무조건 남자 입학생 50% 할당제를 뒀다. 정원이 100명이면 남자를 꼭 50명을 뽑았다. 실력면에서 여자가 더 높아도 남성 할당제를 둔 거”라고 회고했다.
남성 중심의 미술교육은 2000년대 이후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술 강사로 일하면서 페미니즘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한 작가는 “제가 본 구조들은 여성 미술 작가로서 살아가면서 여러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 미술의 일부분인 교육계에서 여성인 나에게 기회가 주어질까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 때부터 쉽지 않은 일이구나.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커왔다”고 말했다.
이 작가에 따르면 예술고등학교 재학 당시 강사 선생 성비율은 7:3(남자:여자), 대학 재학 시절 강사의 성비도 8:2(남자:여자)었다. 그는 예술고등학교 내에서 학생 비율은 여자가 50명이라면 남자가 8명인데 교직에는 남녀 비율의 차이가 이렇게까지 뒤바뀔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남성 강사가 교육하는 미술은 어쩔 수 없이 남성 중심적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불평등이고 불편할 수 있다. 이 작가는 “다행히 젊은 세대에서는 바뀌고 있고, 작가를 남녀로 나누지 않고 작품 자체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제가 학생이었을 때 교육은 남성 중심적이었다. 미술비평 언어나 미술을 설명하는 언어가 남성 중심적이다. 여성의 감수성을 설명하는 형용사, 명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술은 감정과 감각을 다루는 파트다. 작가는 감각적으로 사회를 바꿀 것이냐 고민하는 사람이다. 지금의 사회분위기에 맞는 새로운 감각을 두고 더 많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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