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채무자가 유증(유언으로 재산 일부를 무상으로 타인에게 주는 행위)을 포기하고 상속지분대로 상속을 받았더라도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채무자의 유증 포기가 상속 이전 재산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취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23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장 모씨가 조 모씨를 비롯한 그의 형제들을 상대로 제기한 사해행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사해행위란 채권자의 권리를 해칠 수 있는 채무자의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뜻한다. 예를 들어 남에게 갚을 빚이 있는 사람이 고의로 자신의 재산을 숨기거나 양도해 강제 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다.
재판부는 “채무자의 유증 포기가 채무자의 일반재산을 감소시켜 그의 재산 상태를 이전보다 악화시킨다고 볼 수 없다”며 “이에 따라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아니다”라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앞서 장씨는 조씨가 지난 2006년 빌린 2억원을 갚지 않자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씨 아버지가 사망했고 유증에 따라 조씨는 아버지가 소유하던 아파트를 상속받게 됐지만 조씨는 이를 포기하고 형제들과 동일한 비율로 상속받기로 했다.
그러자 조씨는 “아파트를 유증 받았으면 이를 대상으로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었지만 상속 지분대로 상속을 받으면서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추가 소송을 냈다.
하급심은 장씨 측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수증자(유증을 받는 자)의 의사에 반해서까지 권리 취득을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수증자의 자유로운 유증 포기가 인정된다”며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조씨는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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