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휴지조각이나 다름 없는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채권에 뭉칫돈이 밀려들어 주목된다. 국영 석유업체 PDVSA를 포함한 주요 기업들의 회사채 역시 랠리를 연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한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영향력을 등에 업은 정권 교체와 경제적 돌파구에 대한 기대가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퇴진 시위에 모인 대규모 인파. [사진=로이터 뉴스핌] |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7년 만기 베네수엘라 국채 가격이 액면가 1달러 당 30센트를 훌쩍 뛰어 넘으며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에 거래됐다. 그 밖에 장단기 국채도 상승 탄력이 두드러진다.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총 500억달러 규모의 베네수엘라의 국채는 지난 2017년 마두로 대통령이 경제 위기를 앞세워 원리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휴지조각으로 전락, 눈덩이 손실이 발생했지만 최근 매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2024년 만기 도래하는 베네수엘라의 국채도 강한 상승 모멘텀을 보이며 2017년 마두로 대통령이 채무조정을 공식 발표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영 기업의 회사채도 상황은 마찬가지.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장중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업체인 PDVSA가 발행한 2035년 만기 회사채가 25센트에 거래, 9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투자 심리가 급반전을 이룬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야당 당수인 후안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상황과 직접적으로 맞물렸다는 진단이다.
마두로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 열기가 끓어오른 한편 과이도 당수는 전날 미국과 일부 남미 국가의 지지 속에 임시 대통령직 수행을 선언했고, 투자자들 사이에 베네수엘라 경제의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가 번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는 천문학적인 원유 매장량을 확보한 석유 강국인 동시에 미국 정제업계의 주요 공급원이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에너지 가격 정책이 실패한 데 따라 베네수엘라의 성장 동력에 해당하는 에너지 산업이 무너졌고, 이 때문에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장기적인 불황이 실물경기를 강타했다.
약 600억달러의 베네수엘라 외화 표시 채권은 거의 모두 디폴트 상태다.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월가의 공룡 투자은행(IB)들이 채권 폭락에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 소재 노무라의 남미 채권 전략가인 쇼반 모던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최근 야당과 국민들의 정치적 전략이 지난 2014년 및 2017년과는 크게 차별화됐다”며 “마두로 정권이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에 투자자들이 베네수엘라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안츠번스타인의 샤마일라 칸 신흥국 채권 이사 역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노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피터 키슬러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그 전까지 채무 조정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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