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류태준 기자 = 지난해 서울시에 이어 올해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북도 등 50개 지역자치단체가 금고지기를 재계약한다. 또 10조원 규모의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 재지정도 올해 예정돼있다.
주요 시중은행이 이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지자체 금고 등 기관 사업자로 선정되면 고객 확보 등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과도한 출연금 문제 등으로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등 과도한 경쟁이 나타난다는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한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사] |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계약 만기를 앞둔 대형 지역자치단체 금고는 총 50곳에 달한다. 특히 △대구시 △울산시 △충청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이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이들 자치단체 한 해 예산은 평균 8조원을 넘는다.
기존 입찰경쟁에서 지역의 1·2금고는 농협과 해당 지방은행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 내 지점 수가 많아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출연금 등의 영향으로 사업자가 달라지는 일이 속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시 1금고 주인은 104년만에 신한은행으로 바뀌었고, 광주 광산구에서도 국민은행이 농협을 제치고 1금고를 유치했다.
지자체 외에 10조원 규모 법원 공탁금 유치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법원행정처가 올해 대구·부산·울산·창원지법 등 영남권 법원의 공탁금 보관은행 재지정에서 공개 입찰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존 법원 공탁금 중 70% 이상이 신한은행에 몰려 있어 수성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시중은행이 지자체 금고 등 기관영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상품 판매 등 공격적 영업을 펼 수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매력적인 카드다. 지자체 외에도 30여개 대학교 계좌·체크카드 사업자 등을 놓고 격돌하는 이유다.
다만 과도한 입찰경쟁으로 이어져 금고 출연금 부담이 소비자에게 지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자체 금고 선정 평가에서 은행 출연금은 100점 만점 중 4~5점을 차지한다. 하지만 다른 항목에서 비슷한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아 결정적인 선정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연히 자금 여력이 있는 은행은 출연금과 금리로 승부를 보려 한다. 이 과정에서 광주광역시 광산구 금고 쟁탈전은 법적 분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지자체 금고 출연금 현황'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9월말까지 17개 광역 지자체에 출연한 돈은 총 4037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규모 출연금이 다른 분야의 혜택 축소 등으로 이어져 고객에게는 손해가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와 예규 개정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은행의 지역재투자 평가 점수를 지자체 금고 선정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 협력사업비 개선 등을 포함한 예규 개정을 이번달 중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도 "당국 기준에 더해 금융회사간의 논의도 필요하다"며 "개별 사업장 내의 일이 아닌 각 은행끼리의 경쟁이라 과당경쟁을 자제시킬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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