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글로벌 투자자금이 정보기술(IT)에서 헬스케어로 빠른 속도로 이동 중이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IT섹터 ETF'에서 15억달러가 순유출된 반면 '헬스케어ETF'로 22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작년 미국 S&P헬스케어지수는 4.7% 올라 6.2% 하락한 S&P500지수에 비해 10.9%포인트 아웃퍼폼(Outperform, 초과수익)했다.
헬스케어 업종은 지난해 S&P지수 안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이 대두된 가운데 헬스케어 업종은 꾸준히 이익 성장세가 이어지는 데다 변동성이 낮고 배당률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헬스케어 업종은 필수재로 인식되고 있다.
◆ 美 제약사, 항암제 진화로 실적 '탄탄'
미국 제약사들은 안정적인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본궤도에 진입한 표적항암제 시장으로 인해 기대를 받고 있다.
존슨앤존슨(Johnson&Johnson), 머크(Merck), 화이자(Pfizer) 등이 대표적인 업체다. 존슨앤존슨은 지난해 3분기까지 항암제로 61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40억달러)에 비해 52% 증가한 것. 같은 기간 머크사의 항암제 매출도 50억달러로 직전연도 25억달러보다 2배 늘었다. 화이자의 3분기 누적 항암제 매출 역시 직전연도 대비 14.2% 증가했다.
이명선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를 억제하는 수준에서 작용했다면, 최근 미국 제약사들의 항암제는 암세포를 파괴하는 표적항암제 방식으로 진화했다"면서 "여기에 유전자 치료제를 합성하는 방식까지 더해지면서 판매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증시를 이끌었던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으로 대표되는 IT는 추락하고 있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233달러에서 지난달 31일 165달러로 떨어졌다. 3개월여 만에 39.1%나 하락한 것. 페이스북도 지난해 7월 218달러에서 150달러로 급전직하했다.
◆ 미국 헬스케어, 경기침체에 강하고 고배당 매력까지
미국 헬스케어주는 시장민감도가 떨어진다는 것도 매력으로 꼽힌다. 헬스케어주의 베타계수(β)는 지난 2013년 이래 0.72 수준이다. 베타계수는 개별 주식이나 펀드가 시장의 변동에 반응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베타계수가 1보다 크면 시장의 평균 수익률보다 해당 주식과 펀드의 수익률 변동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베타계수가 0.72란 건 시장이 10% 떨어질 때 7.2% 하락했다는 의미다. 헬스케어 업종의 시가배당률은 3%로 S&P500의 2%보다 높다.
미국 투자컨설팅 회사 샹티코 글로벌(Chantico Global)의 지나 산체스(Gina Sanchez)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올해 포트폴리오를 방어적으로 구성하기를 원한다"며 "헬스케어는 여기에 꼭 들어맞는 투자처"라고 말했다. 그는 "헬스케어는 경기 하강 국면에서 수요 감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안전한 투자처로 볼 수 있다"며 "헬스케어는 배당주 매력도 크다"고 강조했다.
김남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령화로 인해 헬스케어는 경기 둔화에도 필수소비재이고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미국에선 우리나라와 달리 완전히 방어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헬스케어ETF 가운데 안정성향 투자자에게는 XLV ETF,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겐 SBIO ETF가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헬스케어ETF의 포트폴리오 구성종목에 큰 차이가 없으므로 거래대금을 봐야 한다"며 "XLV의 거래대금은 여타 ETF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다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원하면 미국 FDA 임상 2상이나 3상을 진행 중인 SBIO ETF를 고려해 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 증시에 헬스케어ETF는 4일 현재 총 47종목이 상장돼 있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