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2019년 일본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 굵직한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다. 새로운 일왕이 즉위하고, 6월에는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에서 전 세계 주요 정상들이 만남을 갖는다. 7월에는 '아베 개헌'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참의원 선거가 열리고, 10월에는 소비세율이 8%에서 10%로 인상된다. 올해 일본 사회를 전망하는 데 있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5대 이벤트를 살펴본다.
◆ 5월, 새 일왕 나루히토 즉위
2019년은 일본에서 새로운 왕이 즉위하는 해이다. 4월 30일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퇴위하고, 5월 1일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새로운 일왕으로 즉위한다. 일왕이 생전 퇴위하는 것은 에도(江戸)시대 후기였던 1817년 고카쿠(光格) 덴노(天皇) 이후 202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아키히토 일왕 즉위 이래 사용해 온 ‘헤이세이(平成)’라는 연호는 3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일왕은 일본의 군주로 일본 왕실의 대표이다. 주권을 가진 일본 국민의 총의에 의한 일본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며, 외교 관계에서 국가원수 지위에 있다. 일본국 헌법 제1조에는 “천황(일왕)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 헌법 제7조에는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의해 법률이나 조약의 공포, 국회가 지명한 내각 총리대신 임명, 국회 소집 등 국사 행위로 제한된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당히 근래까지 일본인들에게 일왕은 신격화돼 왔다. ‘사람의 모습을 한 신’으로 인식됐다.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君が代)’도 ‘천황(일왕)의 세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천황의 세상은 천대에서 팔천대까지 이어지리라. 돌이 큰 바위가 되고, 그 바위에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일왕의 시대가 영원하기를 염원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일본이 패전한 후 1948년에 맥아더 장군의 압력으로 당시 히로히토 일왕은 국민들 앞에서 “나는 인간이다”라고 이른바 ‘인간 선언’까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인, 특히 젊은이들에게 일왕은 전통을 지키기 위한 상징적인 존재이다. 일본인들의 다수가 일왕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대답하고 있지만,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왕족 모두에 대해 안쓰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새로운 일왕의 즉위와 새로운 연호의 시작은 일본인들에게 큰 기대와 활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2일 일본 도쿄의 황거(皇居)에서 열린 새해 축하 행사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일본의 로열패밀리. 왼쪽부터 마사코(雅子) 왕세자비, 나루히토(德仁) 왕세자, 아키히토(明仁) 일왕, 미치코(美智子) 왕비, 후미히토(文仁) 왕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2019년은 일본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는 해이다. 올해 G20은 6월 28~29일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에서 열린다. 오사카 G20에서는 세계 경제의 리스크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 신흥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안정 성장에 대한 길을 모색할 전망이다.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집약하고 참가국들과 심도 있는 문제 의식을 공유할 수 있을지가 초점이 될 전망이다. 일본이 G20 의장국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은 아소 다로(麻生太郎) 재무상은 “각국이 협력해 세계 경제의 과제를 해결하는 장으로서 G20을 재활성화하는 책무와 사명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소 재무상의 ‘재활성화’라는 말에는 의미가 있다. G20은 본래 자유무역을 추진해 왔지만, 미국이 보호주의 자세를 강화하면서 ‘1대19’라고까지 할 구도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단순한 무역마찰이 아니라 지식재산권과 신흥국 개발까지 얽힌 패권 쟁탈 양상을 띠고 있다. 조기에 미중 무역전쟁이 수습될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과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도 다양한 경제 협력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지난 아르헨티나 G20에서도 아베 총리가 ‘건설적 역할’을 자처하며 미중 양 정상에게 양보와 타협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사카 G20에서 의장국 일본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개막식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7월, ‘아베 개헌’ 걸린 참의원 선거
7월 치러지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는 기본적으로 2017년 10월 중의원 선거 이후 아베 정권의 성과를 묻는 선거이다. 나아가 아베 총리에게는 자신이 ‘필생의 숙원’이라고 말하는 개헌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없을지 판가름하는 중요한 결전이다. 아베 총리는 새해 벽두부터 개헌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1월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나라의 미래상에 대해 논의를 진전시켜야 할 때”라며 개헌 추진을 표명한 데 이어, 5일에도 “헌법 개정을 포함해 새로운 국가 만들기에 도전하는 1년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6일 NHK에 출연해서는 “2020년 개헌을 이루겠다는 마음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새 헌법 시행에 대한 의욕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개헌을 위해서는 중·참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발의하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아베 총리가 목표로 내세운 2020년 새 헌법 시행을 위해서는 올해 안에 국회 발의를 거쳐야 한다. 7월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는 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다.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그리고 일본유신회 등 개헌에 찬성하는 세력은 현재 중·참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이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아베 총리는 구심력을 강화하고 개헌 논의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다만 3분의 2 의석을 유지하기 위해선 전체 254석 가운데 124석을 선출하는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70% 가까운 87석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지난달 4일 새해를 맞아 이세(伊勢) 신궁(神宮)을 찾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 10월, 소비세율 8%→10%로 인상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경기에 대한 역풍이 부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10월 소비세율을 10%로 인상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15일 임시 각료회의를 열고 “법률에서 정한대로 2019년 10월 1일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한다”고 표명했다. 물론 소비세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소비세를 인상하려면 개인소득이 안정적으로 올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구치 아사히(野口旭) 센슈(専修)대학 경제학 교수는 한 주간지 칼럼에서 “소비세를 올리려면 적어도 임금상승이 물가 상승폭을 넘어서고, 실질 임금이 노동생산성 상승을 반영해 오르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4년 소비세 인상으로 소비가 둔화됐던 사례를 교훈 삼아 소비세 인상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을 총동원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대표적인 것이 소비세 인상 이후 수개월간 소비자가 물품을 구입한 금액의 일부를 다시 돌려주는 ‘포인트 환원제’이다. 중소 소매점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신용카드 등 캐시리스 결제를 사용한 소비자가 대상이다. 당초에는 증세분의 2%를 돌려준다는 내용이었지만, 이 정도로는 소비 수요를 진작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환원률을 5%로 높였다. 또 포인트 환원 대상 점포도 중소 소매점뿐 아니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보다 폭넓은 분야로 확대키로 했으며, 기간도 당초 수개월에서 1년간으로 늘릴 예정이다.
일본의 유명 잡화점 동키호테 매장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 10월, 유치원·보육원 등 무상 보육
10월부터는 유치원과 보육원 등이 무료가 된다. 일본 정부는 2017년 무상보육 관련 정책 패키지를 결정했다. 인가를 받은 보육원·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3세~5세 아동은 소득과 관계없이 100% 무상 보육을 받을 수 있다. 보육원에 다니는 0세~2세 아동은 소득이 연 260만엔 미만인 가정일 경우 무상 보육을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당초 5세 아동을 대상으로는 2019년 4월부터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0세~4세도 포함되는 전면 실시는 2020년 4월부터 시행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올해 10월부터 실시하는 방침을 굳혔다. 소비세 인상에 따른 세수 증가분의 일부가 재원이 되며, 여성의 취업 지원과 저출산 대책이 무상 보육의 목적이다. 여성이 일하기 쉬운 환경이 정비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일부에서는 보육원이나 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아동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마이너스 효과보다 플러스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보육 무상화로 잠재적인 보육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이는 결국 기업이 잠재적인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취학 아동을 키우는 비취업 엄마에 대한 조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답한 여성이 60%에 달했다. 일손 부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보육 무상화는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는 매우 유효한 해결책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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