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배터리 전극이나 스마트폰의 방열판에는 ‘흑연’이 쓰인다. 값싼 재료인 데다 전기가 잘 흐르고 뜨거운 온도도 잘 견디기 때문이다. 고품질의 흑연을 만드는 방법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로드니 루오프(Rodney S. Ruoff) UNIST(울산과학기술원) 자연과학부 특훈교수(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 연구팀은 단결정 그래핀(Graphene)을 사용한 열처리 공정으로 흑연 결정이 나란하게 정렬된 ‘고품질 흑연’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머티리얼스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에 지난달 24일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흑연을 포함한 대부분의 재료는 다결정 구조를 가진다. 재료를 이루는 결정 속 원자 배열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각각 다른 원자 배열을 가진 작은 결정들이 연결돼 하나의 물질을 이룬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런 다결정 재료는 결정들이 만나는 경계면에 결함이 존재한다. 따라서 물질 고유의 특성도 저하된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흑연은 물론 인공적으로 합성한 인조 흑연도 다결정 구조다. 아직까지 대(大면)적 단결정 흑연을 만드는 기술은 개발되지 못했다. 현재 기술 수준은, 단결정에 가까운 ‘고배향성 열분해 흑연(HOPG)’이 연구 목적으로 중요하게 사용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HOPG도 고온·고압 조건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제조비가 비쌌다.
(그림) 열처리 초기 단계에서 고분자 안에 위치한 그래핀 층(붉은색 사각형 안에 보이는 검은색 선) 주변에 고배향성 탄소층이 얇게 형성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a)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TEM), (b)고배율 TEM 사진 2019.02.06. [사진=UNIST] |
이번 연구에서는 화학기상증착법(CVD)로 성장시킨 단결정 그래핀을 흑연 재료가 될 탄소 기반 물질 내부에 위치시켰다. 이후 높은 온도로 열처리하자 탄화(Carbonization)와 흑연화(Graphatization)가 진행됐다. 뜨거운 열 때문에 다른 물질은 사라지고 탄소만 남아 흑연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단결정 그래핀에 가까운 영역에서부터 고배향성 흑연을 가진 고품질 흑연이 형성됐다.
열처리 온도가 더 높아지자 그래핀 단결정의 ‘템플릿(Template) 효과’가 더 커졌다. 템플릿은 플라스틱이나 아크릴로 만든 얇은 판에 여러 크기의 원 또는 타원 등과 같은 기본도형이나 각종 문자기호 등을 그리는 제도 용구를 말한다. 아직 흑연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탄소 원자들도 그래핀 주변의 고배향성 흑연의 영향을 받아 전체적으로 비슷한 결정 방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는 단결정 그래핀부터 시작된 일종의 도미노 현상이다.
대면적 단결정 흑연 합성은 굉장히 도전적인 과제다. 이번 연구는 이를 위한 선행기술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루오프 교수는 “흑연의 수많은 응용 분야와 수요를 감안했을 때, 품질이 좋은 대면적 단결정 흑연 필름은 중요한 기술”이라며 “지금까지 작은 조각(Flake) 형태로 제조됐던 흑연을 대면적 필름 형태로, 더 나아가 단결정으로 합성하게 되면 산업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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