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영국과 유럽의 결별(브렉시트)을 한 달여 앞두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유럽연합(EU)이 재협상 가능성에 팽팽한 입장 차이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인 노동당 제레미 코빈 당수가 내놓은 제안이 타협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7일(현지시각)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뒤 재협상 추진을 천명한 메이 총리는 이날 브뤼셀을 찾아 EU 수뇌부와 마주했다.
브렉시트 합의안 최대 쟁점인 아일랜드 국경에서의 ‘안전장치(backstop)’ 관련 조항 수정 등을 요구한 메이 총리에게 EU 지도부는 ‘재협상 불가’ 방침을 거듭 강조해 탈퇴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는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 가능성을 키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안에 조건부 지지안을 내놓은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 의견에 EU 측이 관심을 보이면서 타협 가능성이 다시금 피어오르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좌)와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재합의 불가’ 꿈쩍 않는 EU
이날 메이 총리를 만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연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EU 회원국들은 브렉시트 재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마가리티스 시나스 융커 위원장 대변인은 메이 총리가 재협상을 둘러싼 쟁점인 안전장치와 관련해 “다양한 옵션들을 제기했다”면서, 90여 분 간 진행된 만남에서 “건설적” 논의가 오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EU와 영국이 이미 상당한 양보안을 담아 합의안을 마련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융커 위원장은) 27개 EU 회원국들이 이미 신중하게 균형을 맞춘 브렉시트 합의안을 다시 협상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이날 메이 총리와 만난 뒤 브렉시트 교착 상황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논의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 측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논의가 “한 과정에 불과하다”면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은 양측 논의가 일단 지속될 것이란 점”이라고 덧붙였다.
◆ 코빈 제안에 EU ‘솔깃’
메이 총리의 설득에도 꿈쩍 않는 EU는 이날 영국 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당수가 제시한 부분적 지지안에는 환영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날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안전장치’나 이혼합의금이 아닌 EU와의 향후 관계 설정에 초점을 맞춘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 조건이 수용되면 노동당은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빈 대표가 내건 조건은 ▲영국 전체가 영구적이고 포괄적으로 EU 관세동맹에 남을 것 ▲EU 단일시장과의 긴밀 관계 유지 ▲권리 및 보호 등에 있어 영국이 EU 기준에 밀리지 말 것 ▲EU기관 및 기금 프로그램에 영국 참여 약속 ▲유럽 체포영장 등 미래 안보협정에 관해 명확히 합의할 것 등 5가지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메이 총리에게 코빈의 제안이 현 브렉시트 교착 상황을 타개할 긍정적 솔루션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리시타임스도 EU가 코빈 제안을 환영했다면서, 유럽의회 자유당그룹(ALDE) 지도자 가이 베르호프슈타트 등이 코빈 서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다만 가디언지는 코빈이 내건 5가지 조건들을 분석하면서, 모호한 내용 등이 담겨 있어 이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