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뉴스핌] 강소영 기자=중국의 드라마·영화 산업과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지만, 저작권 보호 의식 부족으로 '해적판' 시장도 덩달아 덩치를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저작권 보호를 위한 조치에 나서고는 있지만, 불법 영상물 시장은 오히려 전문화·산업화되면서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고 있다.
중국 매체 화얼제젠원(華爾街見聞)은 10일 중국 춘제 연휴 기간 중국 극장에서 인기리에 상영 중인 대부분의 영화의 불법 복제물이 인터넷에서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춘제 연휴 기간에 18억 위안의 기록적인 매출을 올린 중국산 영화 '유량지구(流浪地球)'의 제작사 측은 "설날 높은 박스오피스를 기록한 기쁨을 누릴 겨를도 없이, 모든 에너지를 '해적판' 색출에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올해 춘제 연휴 기간 중국 극장가에서 올린 박스오피스 규모는 53억 위안에 달한다. '유량지구(流浪地球)'를 비롯한 다수의 중국 영화가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결과다.
그러나 박스오피스 증가는 영화 티켓 가격 상승에 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춘제 기간 영화 관람객 수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었다.
화얼제젠원은 영화 시장의 최대 대목인 춘제 연휴 기간 영화 관람객 수가 줄어든 원인으로 대규모 해적판의 유통으로 꼽았다.
중국 국산영화 신화를 이어간 '유량지구(流浪地球)'의 경우 극장에서 상영한지 삼일 만에 해적판이 인터넷에 등장했다. 중국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青年報)도 중국의 불법 영상물 유통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춘제 기간 인기리에 상영된 영화들이 '해적판' 시장에서 패키지로 단돈 2위안에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랑지구(流浪地球)'의 제작자인 궁거얼(龔格爾)은 "올해 춘제 영화 해적판의 온라인 조회 수가 최소 2000만 회 이상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가판권국은 춘제가 시작되기 전 '저작권 중점 보호 명단'을 발표하고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에 대한 불법 복제와 유통 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조치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중국 관계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비웃듯 '저작권 중점 보호 명단'에 포함된 춘제 영화 대부분의 '해적판'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불법 영상물이 갈수록 산업화·전문화 되고 있는 것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과거에는 일부 관객이 극장에서 화면을 몰래 찍어 해적판을 유통했고, 해적판 영상물의 화질이 매우 조악했다. 최근 '해적판' 영화와 드라마는 고해상도의 깨끗한 화면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해적판'의 생산과 유통이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가들의 손에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해적판' 유통에 영상물 제작 관계자가 개입돼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중국 매체 화얼제젠원은 해적판 유통사와 영상물 제작 관계자와의 검은 커넥션이 형성돼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화얼제젠원은 중국의 '해적판' 산업이 이미 상당히 성숙된 산업 체인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해적판 제공업체는 '불법 영상물 산업'의 가장 아래층에 속한 그룹으로, 해적판 영상물 판매와 회원비를 통해 이윤을 얻고 있다.
또 한가지 방식은 고정 플랫폼을 통해 '해적판 자원'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들 플랫폼은 IP등록지를 대부분 저작권 보호 제도가 미흡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두고 있어, 중국 정부의 단속과 처벌도 힘든 상황이다. 이들은 무료로 해적판 영상물을 제공하는 대신 일반 광고가 힘든 도박·게임·성인사이트 광고물을 게재해 수입을 충당한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한국 드라마의 중국어 자막 서비스. |
'해적판'의 유통이 초래하는 피해는 중국 영화와 드라마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전 세계 다수의 영상물이 인터넷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중국어로 '한국 드라마'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JTBC의 '스카이 캐슬', 장나라 주연의 '황후의 품격' , 한국 시청자들도 넷플릭스로 유료로 시청이 가능한 '킹덤' 등 한국 드라마를 높은 해상도의 화면과 중국어 자막으로 시청할 수 있다.
상영이 끝난 작품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9일에 첫 방영이 된 OCN의 트랩, 8일 tvN에서 첫 방영한 '막돼먹은 영애씨 17'도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업로드 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 해적판에는 한류 상품과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중국 모바일 화장품 판매 업체, 웹툰 플랫폼, 모바일 의류 판매 app의 광고가 상당히 많이 걸려있다.
화얼제신원은 정부 당국의 감독 관리의 한계를 지적하고, 중국 소비자의 저작권 보호 인식 없이는 자국의 영상물 산업 발전이 지속될 수 없다고 역설하며, 중국 소비자의 저작권 보호 의식 강화와 불법 영상물 유통 신고를 호소했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