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IBK기업은행의 노동이사제도(근로자 추천 이사제도) 도입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지주 등 민간금융회사들 역시 주주들의 동의만으로 도입이 가능하긴 하나 당국과 업계 전반의 컨센서스는 부정적이다.
13일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노동이사제는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도입할 수 있다”면서 “단 KB금융처럼 민간 금융사는 주주들의 동의로 가능하지만,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어서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정리되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위는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에 따라 기업은행의 행장 및 이사의 임면권한을 갖는 등 지배구조결정 권한이 있다.
[CI=IBK기업은행] |
이에 대해 기재부는 기업은행만 노동이사제를 허용할 수는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최근 각 공공기관이 노사합의로 노동이사제 대신 이사회 참관제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참관제로 근로자들이 복지 등 주요 사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사회 참관제란 공공기관 직원들이 기관 이사회에 참관할 수 있지만 경영사안에 대한 의결권한은 없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2017년 7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는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간금융사의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이에 기재부가 내놓은 대안이 이사회 참관제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석유관리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사학진흥재단, 한국장학재단, 한국정보화진흥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은 9개 공공기관이 노사합의를 거쳐 이사회 규정을 개정중이다.
금융권에선 정부의 금융개혁 방향 설정을 위해 출범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2017년 말 보고서를 통해 금융공공기관에 권고한 발표가 있고, 이를 근거로 기업은행 노조는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를 오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1명의 자리를 대신해 임명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금융당국은 사실 민간 금융사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자율로 내버려둬도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 노조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 노동이사를 추천했지만, 지분 70%를 차지한 외국인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도 외국인 주주가 70%에 달해 노동이사제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권은 급여수준, 복지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데도 노사갈등은 대개 급여인상에 관한 것”이라면서 “이런 이슈에 대한 새로운 합의와 기준이 마련된 뒤에야 노동이사제 도입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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