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유로존 경제의 침체 경고가 곳곳에서 쏟아지는 가운데 독일 벤치마크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년만에 처음으로 ‘서브 제로’ 영역에 진입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한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상 기회를 놓쳤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수익률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유로화 동전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2016년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졌을 때 ECB가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는 점에서 금리 추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13일(현지시각)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13% 선에서 거래됐다. 최근 수익률은 0.08%까지 밀리며 서브 제로 진입 가능성을 예고했다.
분트 수익률이 0%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국채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자본 차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기 때문.
지난해 말 이탈리아 경제가 기술적인 침체에 접어든 데 이어 유로존 성장 동력으로 통하는 독일 역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파를 내자 안전자산 매수 열기가 뜨겁다.
씨티그룹은 투자 보고서를 내고 “유로존 경기 침체 리스크가 크게 고조됐다”며 “미국보다 유럽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블룸버그 역시 글로벌 경제 침체 위기의 도화선이 중국보다 유로존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도이체방크도 최근 보고서에서 독일을 중심으로 유로존 경제의 위기를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2월 유로존 산업생산이 연율 기준으로 2008년 이후 최대 폭으로 후퇴, 비관론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12월 유로존 산업생산은 0.9% 감소해 시장 예상치인 0.4%보다 두 배 웃도는 후퇴를 나타냈다. 자본재 투자와 비내구재 지출이 동시에 위축된 결과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실물경기와 투자 심리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영국 정부와 EU가 무질서한 ‘노 딜’ 브렉시트를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자동차 판매부터 주택시장까지 영국 실물경기는 이미 꺾인 상황이다.
알리안츠의 루도빅 서브란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소비와 독일의 제조업이 위축되고 있다”며 “이는 유로존 경제에 커다란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서브 제로를 목전에 둔 독일 분트의 추가 상승 기대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아울러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서브 제로’ 채권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6조달러 아래로 줄어들었던 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가 최근 9조달러 선으로 증가했다.
특히 경기 한파와 함께 정치권 리스크가 고조될 경우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서브 제로 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월가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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