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에 뉴욕증시와 국제 유가가 동반 상승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한 차례 장밋빛 발언을 내놓았다.
양국 협상 팀이 무역전쟁 재점화를 차단하기 위한 결실을 이루고 있다는 것. 그는 이와 함께 중국이 미국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고, 협상 타결을 절박하게 원한다고 언급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악수하기 위해 다가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상 중국이 원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문하는 경제 개혁을 포함한 합의점 도출이 아니라 2000억달러 규모 수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데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첨단 IT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패권 다툼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여지가 높다는 관측이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역 협상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협상이 매우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중국 측이 미국의 의견을 대단히 존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뛰어난 역량을 갖춘 이들이 협상 전면에 나섰다"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베이징을 방문 중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역시 중국 협상 팀과 만남이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자신을 '관세맨'이라고 지칭하며 매파 기조를 취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점에 근접할 경우 내달 2일 관세 인상 시한을 연장할 뜻을 내비치면서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면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내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성사되고, 이 자리에서 협상 연장이 결정되더라도 관세 전면전에 대한 리스크가 진화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지적재산권과 IT 기술 강제 이전부터 위안화 환율 조작과 시장 개방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개혁에 대해 중국 정부가 끝내 거부, 일촉즉발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중국이 무역 협상 타결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며 관세 인상 시한 연장의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잘못 짚었다는 평가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지스 이코노미스트는 CBS 뉴스와 인터뷰에서 “협상 시한 종료까지 앞으로 2주간의 회담에서 중국 측이 노리는 것은 2000억달러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할 것을 종용하는 등 성장 날개를 꺾어 놓으려는 압박을 지속하는 상황에 중국이 통 큰 양보를 취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
코넬 대학의 에스와 프라사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입지를 흔들 수 있는 미국 측의 요구 사항에 대해 계속 저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상에 대한 백악관 측의 긍정적인 발언과 달리 경제 석학들은 비관세 쟁점에 대한 진전을 엿보기 어렵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기업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관세맨’을 자처하고 나설 가능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이날 워싱턴 포스트(WP)는 기업들이 중국 공장 이전과 원자재 조달 및 완성품 수출 노선 변경에 적극 나섰다고 보도했다.
한편 백악관 소식통은 양국 정상회담이 내달 추진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앞서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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