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KB증권은 전날 한진그룹이 발표한 '한진그룹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이하 ‘한진그룹안’)'이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의 경영개선제안(이하 ‘KCGI안’)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14일 "전날 한진그룹이 발표한 내용은 ‘KCGI안’을 전격 수용했다기 보다는 일부 내용을 수용하고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KCGI라는 경영참여 목적을 가진 뚜렷한 외부 주주가 나타나자 한진그룹 경영진도 좋은 경영을 통해 한진그룹의 주주가치를 끌어 올려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한진그룹은 한진칼의 공정공시를 통해 '한진그룹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한진그룹은 △2023년 그룹 매출액 22조3000억원(2018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 6.2%) △영업이익 2조2000억원(2018년 이후 2.2배, 영업이익률 10%)을 성장 목표로 제시했다. 한진칼의 경영발전방안으로 △사외이사 확대와 독립성 강화 △이사회 내 위원회 및 내부통제 강화 △배당성향 확대 △투자설명회(IR) 정기 개최 △재무구조 개선 △부동산매각·개발 △계열사 간 통합도 밝혔다.
강 연구원은 "한진그룹이 KCGI측에 대응해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경영발전 방안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KCGI와 경영진의 경쟁은 한진그룹의 주주가치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진그룹이 발전방안을 발표한 것만으로도 KCGI의 행동이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KCGI안을 현 한진그룹 경영진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진그룹안에서 경영개선에 중요한 조치들이 빠지거나 상당히 완화됐다고 지적했다. △KCGI안에서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배구조 및 경영 관련 사항을 사전 검토, 심의하도록 하는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 △대한항공이 항공업 이외의 투자 확대를 지양하도록 하는 원칙을 마련하자는 내용은 한진그룹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강 연구원은 "한진그룹안을 KCGI안과 비교해보면 △대한항공 부채비율 300% 달성 △송현동 및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개발 또는 매각 검토 △택배 터미널 설비 확대와 자동화 설비 투자 및 IT기술 접목 등은 한진그룹이 KCGI안 일부를 그대로 또는 변형해 수용한 대목"이라며 "한진칼의 2018년 배당성향 50% 검토 등은 한진그룹안이 KCGI안보다 한 발 더 구체화된 내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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