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사법부에 칼을 겨누는 모양새다. 법관 탄핵 소추를 추진하고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판결문을 분석하는 기자간담회까지 기획했다.
집권여당의 이 같은 행보에 일각에선 '사법부에 대한 도전' '사법부 숨통조르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삼권분립(입법·행정·사법)'이라는 대원칙을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학계와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민주당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기점으로 각종 적폐를 '국민의 뜻'처럼 규정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모습이 다소 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박주민 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19.01.31 kilroy023@newspim.com |
특히 민주당은 사법 농단 관련자들이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기각이 90%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법관 탄핵 논의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까지 이어오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탄핵 소추 명단에 포함된 판사의 수도 지속적으로 바뀌며 '기준'에 대한 혼란도 낳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엔 명단에 10여명이 포함됐다고 했지만, 지난 12일엔 5~6명이라고 발표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직 선거관리위원장인 권순일 대법관의 이름도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탄핵 소추뿐 아니라 법정 구속된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문을 분석하는 행사와 '씀TV 라이브 판결문 분석 대국민 보고행사'를 기획했다.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의 경우엔 여당 최고위원이자 적폐청산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과 법조계 전문가가 함께 진행한다.
지난 12일 예정됐던 일정이지만,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발언으로 화제가 되면서 모든 행사를 오는 19일로 미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5.18 이슈가 사그러든 다음주로 미룬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사실상 2심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여론몰이로 해석하는 분석도 많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또한 "현역의원이고 당 지도부가 이런 행사를 주관한다는 것은 현재 권력이 사법부를 윽박지르는 느낌을 받는다"라며 "민주주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을 위협하고 겁박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도 "여당 소속 의원들이 판결문을 분석하고 그 정보를 공유하면 아무래도 사법부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은 판사를 신뢰할 수 없는 마음을 알겠지만 정치권이 드러내놓고 압박하면 사법부의 권위는 어떻게 되냐"고 반문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