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두고 미국이 북한 내 연락사무소 설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북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룰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에 대한 물밑 조율을 벌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담판을 지을 의제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 오르는 모양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미국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미국은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계획은 북한의 미국 내 사무소 설치도 포함한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앞서 CNN방송도 2명의 소식통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연락관을 교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 측에서 북한에 사무소를 설치하기 위해 여러명의 연락관이 파견될 것이라며, 관련 계획이 진척된다면 해당 팀은 한국어를 구사하는 고위급 외교관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북미간에 연락관 상호 교환이 이뤄진 뒤, 사무소 개설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얘기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작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채택한 공동성명에 담긴 북미간 새로운 관계 수립에 대한 사안이다. 앞서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와 관련, 북한 측 실무단과 "싱가포르 선언 이행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와의 평양 실무협상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 10여개를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힌 바 있다. 당시 비건 대표는 의제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삼갔다. 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두고 외신 보도를 통해 회담 의제가 하나둘씩 구체성을 띠는 모습이다.
WSJ과 CNN은 북미간 공식적인 외교관계 구축을 향한 조치가 될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계획을 얼마나 지지하는지에 대해선 미국 측에 즉각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북한은 제재 완화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WSJ이 인용한 전직 미국 관리들은 연락사무소 설치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경제제재 압박을 유지하면서도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미 국가안보국(NSA) 고위 관리 출신인 개리 새모어는 "(연락사무소 설치)는 관계가 개선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스처"라며 "만약 사찰단을 북한으로 보낸다면, 사찰단의 활동(operation) 기반이 필요한 만큼, 이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연락사무소 개설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과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사무소를 설치키로 한 바 있다.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 폐기하는 조건으로 워싱턴과 평양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두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이 조건 하에서 북한에 경수로 건설을 지원하고 중유도 공급하기로 했다. 이후 양측은 사무소 설치를 위해 부지 물색까지 진행했지만 북한의 도발로 결국 무산됐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연락사무소는 "양측 모두에게 귀중하겠지만, 북한이 연락사무소에 대해 과거보다 수용적일지는 모르겠다"며 "북한이 상응조치로 가장 원하는 것은 경제 제재 완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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