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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전설’ 라거펠트 잃은 샤넬의 미래는

기사등록 : 2019-02-20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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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패션계의 큰 별’ 칼 라거펠트가 19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나면서 수석 디자이너를 잃은 샤넬의 미래에도 관심이 쏠린다. 샤넬을 오트 쿠튀르 패션 하우스에서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변신시킨 라거펠트의 죽음으로 샤넬도 적잖은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라거펠트의 사망으로 샤넬이 창업자인 코코 샤넬의 별세 이후 최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라거펠트는 이날 오전 프랑스 파리에서 85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1983년부터 샤넬에 몸담은 라거펠트는 오트 쿠튀르 패션 하우스 샤넬을 연간 96억 달러(10조8000억 원)의 매출을 내는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변신시켰다. 라거펠트는 샤넬에서 봄과 가을, 스키웨어, 오트 쿠튀르 등 한 해 8개의 컬렉션을 지휘해왔다.

창업자인 코코 샤넬이 사망한 후 12년간 샤넬은 향수 ‘샤넬 넘버 5’의 매출에 의지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과도기를 겪었다. 샤넬의 소유자인 알렝과 제라드 베르트하이머 형제는 샤넬에 활기를 불어넣을 인물로 라거펠트를 낙점했다.

샤넬에 합류한 라거펠트는 샤넬의 아이콘인 트위드 스커트 정장에 보다 여성스러운 재단 방식을 적용해 제품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진주와 체인, 샤넬의 ‘더블 C’ 로고의 사용을 늘렸다. 샤넬은 1만5000달러짜리 드레스와 5000달러짜리 퀼트 가죽 핸드백을 만들면서도 30달러보다 저렴한 립스틱과 한 병에 100달러가 안 되는 향수를 판매하며 폭넓은 관심을 받았다. 2017년 기준 샤넬은 전 세계에서 2만 명의 종업원을 고용한 27억 달러의 순익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 2003년 샤넬 S/S 파리 패션쇼에서 모델과 런웨이를 걷는 칼 라거펠트[사진=로이터 뉴스핌]

라거펠트가 사망하면서 샤넬의 창조성도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현재 상태로는 오랫동안 샤넬 패션 스튜디오 디렉터인 버지니 비아르가 라거펠트의 뒤를 이어 샤넬의 컬렉션을 지휘하게 되는데 외부에서 새 수석 디자이너가 영입될 가능성도 있다. 유력 인사로는 지난해 LVMH의 셀린느를 떠난 피비 필로와 랑방의 알버 엘바즈가 거론된다.

블룸버그는 비아르가 라거펠트의 그늘에서 벗어나 확실한 창조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와 샤넬이 널리 인정받는 외부 인사를 영입할지가 샤넬의 미래에 결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럭셔리 전략 자문을 제공하는 마리오 오텔리는 블룸버그통신에 “샤넬은 세간의 이목을 끄는 수석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를 찾을 것이고 동시에 그들은 이미 팀 안에 놀라울 정도로 능력 있는 인재들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세계의 그 어떤 디자이너도 샤넬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는 샤넬의 가치가 500억 달러가 넘는다고 추정한다. 베르트하이머 형제는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들로 블룸버그 빌리어내어 지수에 따르면 이들을 각각 21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베르트하이머 형제는 아직 승계 계획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독립 이사 임명과 조직 개편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샤넬은 웹사이트를 개편해 제품과 액세서리 가격을 온라인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1년 전 샤넬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파페치(Farfetch)의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샤넬은 상장 계획이 없다고 부인해 왔지만, 베르트하이머 형제가 조직 구조를 개편하면서 샤넬의 상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LVMH와 구찌의 모기업 케링과 같은 명품 대기업들은 산업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코치(Coach)를 소유한 태피스트리와 마이클 코어스, 중국 투자금융사 푸싱과 섬유 재벌 산동 루이 그룹도 명품시장에서의 입지 강화 기회를 찾고 있다. 다만 샤넬과 프라다, 페라가모, 쇼파드와 같은 명품 업체의 가족 주주들은 회사를 비상장 상태로 유지 중이다.

모닝스타의 젤레나 소콜로바 애널리스트는 “샤넬은 분명히 시장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매우 매력 있는 자산”이라면서도 “라거펠트의 죽음이 당장 현재 상태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라거펠트는 샤넬 외에도 펜디의 수석 디자이너도 맡고 있었다. 펜디는 성명에서 라거펠트의 후임을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며 “우리는 그의 삶을 기리고 그가 마땅히 누려야 하는 헌사를 바칠 것”이라고 밝혔다. 펜디는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컬렉션을 예정대로 21일 선보일 예정이다. 

 

 

mj722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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