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법원에 불구속 재판을 요청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석방 가능성에 대해 희박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단은 전날 자신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에 보석 허가 청구서를 제출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청구서를 통해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큰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검찰에 자발적으로 출석하는 등 도주하거나 잠적할 우려가 없다. 증거를 인멸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일”이라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방대한 양의 기록을 검토하는 등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01.23 |
이같은 양 전 대법원장 측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법조계 중론이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이미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구속 뒤 증거인멸 가능성과 도주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더라도, 특별한 상황 변화 없이 보석을 허가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허가 여부가 사법 신뢰 등과 직결되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보석이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법원의 구속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혐의 소명과 이에 따른 증거 인멸 우려와 도주 가능성”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와 법원의 구속 심문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다는 점에서 양 전 대법원장 측 주장대로 도주의 가능성은 없다고 할지라도 증거를 인멸할 여지는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의 구속 결정을 뒤집을 만한 뚜렷한 이유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는 “마치 ‘양날의 검’처럼 사안이 중요해 구속의 필요성이 있는 반면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결국 원칙으로 돌아가 인권 보장 측면에 따라 불구속 재판이 이뤄질 필요도 있지만 국민 법 감정상 보석 허가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희미하게나마 법원이 보석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공소장이 296쪽에 달할 만큼 공소 사실이 방대하고 이와 관련된 증거기록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양 전 대법원장 측 입장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 허가 여부는 본격적인 재판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내달 이르면 결정될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국고손실·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행정소송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등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법원 공보관실 예산 유용 △법원 내부기밀 유출 △헌법재판소 동향 파악 및 내부정보 수집 등 47개 범죄 사실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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