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주 기자 = 중국 스마트폰 간판 주자인 화웨이가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반면 삼성은 샤오미 등 중국 토종업체들의 저가폰 공세에 치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화웨이가 업계 1위인 삼성을 제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바이두] |
화웨이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을 2억 5000만 대, 내년에는 3억 대까지 늘리겠다고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삼성을 추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월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2억 9230만 대로 세계 1위, 애플이 2억 880만 대로 2위에 올랐다. 화웨이는 2억 600만 대로 애플과 근소한 차이로 3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삼성과 애플의 출하량은 각각 전년 대비 8%, 3.2% 하락한 반면, 화웨이는 33.6%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 속도대로라면, 화웨이가 올해 삼성의 턱밑까지 추격한 데 이어 내년에는 삼성을 추월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무서운 성장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화웨이는 삼성과 애플을 크게 따돌리고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을 넘어 아시아, 유럽 등 지역에서 강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작년에는 'P20 프로'와 ‘메이트 20 프로’와 같은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선보인 데 이어 오는 24일 '5세대(5G) 폴더블폰' 공개를 앞두고 있다. 화웨이 산하 중저가 브랜드 아너(Honor)의 활약도 눈에 띈다. 화웨이 출하량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아너는 '가성비 갑' 샤오미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강자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인도 시장 장악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 속에서 인도 시장만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인도의 스마트폰 출하량을 작년보다 1000만 대 늘어난 1억 6000만 대로 예상했다.
현재 인도 시장에서 5위권 밖에 있는 화웨이는 누구보다 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화웨이는 올해 인도 시장에 1억 달러(약 1125억원)를 투자하고, 현지 제조업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은 인도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화웨이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지난 1월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매출 증가율을 20% 이하로 전망하며 “올해는 화웨이에게 가장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사진=바이두] |
스마트폰 부품과 관련해 화웨이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 메모리 및 플래시 메모리를 삼성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이 스마트폰을 제조할 수 있는 자체 공급망을 갖추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의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삼성의 5대 공급업체 중 하나가 화웨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화웨이는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화웨이의 주요 OLED 공급사인 BOE는 화웨이에 폴더블 AMOLED 패널을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도 부재한 상태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함께 제조하는 애플에 경쟁력이 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삼성, 애플과 비교해 볼 때, 화웨이의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작년 8월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프리미엄 시장에서 화웨이의 영업이익률은 4.1%로 애플의 65%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보였다.
정치적인 이슈도 배제할 수 없다. 작년 미국 1, 2위 통신사인 AT&T와 버라이즌(Verizon)은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현재 화웨이가 170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도 미국처럼 화웨이 스마트폰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다면 삼성을 제친다는 화웨이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현재 미국이 제기한 '화웨이 통신 장비 보안 우려'에 우방국들이 동참하며 화웨이의 5G망 구축 사업이 큰 타격을 맞은 것처럼 유사한 흐름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eunjoo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