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영국이 오는 3월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미래관계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한다면, 영국과 EU는 결국 사안별 ‘미니딜’을 통해 가능한 한 질서 있는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집행위’)는 브렉시트 데드라인이 지나도 영국과 협상을 멈추지 않고 사안별로 협상을 지속해 영국이 이른바 이혼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노딜 브렉시트 대비 계획을 수립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대표가 “노딜 브렉시트 시 더 이상 협상은 없다”고 말하는 등 EU 측에서는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 후에도 미니딜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라는 우려에 ‘질서 있는 노딜’ 시나리오를 배척하고 합의 없이 결별하면 칼같이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EU는 결국 사안 별로 데드라인과 요구 내용을 정한 대비 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결국 영국과 협상을 지속할 수 밖에 없다고 FT는 전망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좌)와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EU의 목표는 △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 등 EU 회원국이 영국 영해에서 어업권 유지토록 하는 것 △영국이 회원국 시절 약속한 재정기여금 400억~450억유로를 이혼합의금으로 내도록 하는 것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간 하드보더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backstop)를 유지하는 것으로 간추릴 수 있다.
EU는 우선 4월 18일을 시한으로 잡아 영국이 2019년 EU 재정에 70억유로(약 8조9298억원)의 기여금을 내도록 압박할 예정이다. EU 협상단은 영국이 기여금을 내지 않으면 양측 관계가 붕괴될 것이라 위협하고 있다. 영국이 20일 간 물자 부족과 무역 중단 등 혼란을 겪으면 결국 협상장으로 되돌아올 것이란 계산이다.
EU 외교관들은 20일 간의 이 협상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가장 빠르게 진행되며 가장 중요한 결과를 도출할 협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 시, 이 기간 협상이 향후 영국과 EU가 적대적 관계로 이혼할지, 아니면 화해의 길을 열어 놓고 질서 있게 이혼할지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가장 난감한 문제는 영국을 갑자기 ‘제3국’으로 정립해야 하는 것이다. EU는 대비 계획에서 잠정적으로(약 1년) 영국이라는 ‘제3국’에 대해 특혜를 베풀어 무비자 입국 및 항공 운항 등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영국도 같은 방침으로 EU에 잠정적인 특혜를 베풀어야 한다.
여기서 EU는 영국에 큰 협상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세관 절차나 행정 절차 등으로 압박을 가해 EU가 의무 조항을 이행토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영국이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면 EU가 오히려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EU 측에서는 영국이 식량 부족 등 사회적, 경제적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무역 장벽을 낮추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지 복병은 노딜 브렉시트 후 EU의 계산대로 되려면 영국 정부가 EU와 협상에 나설만한 정치적 여력과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 시 영국 정계에 어떤 혼란이 발생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사안에 정통한 한 EU 고위 외교관은 “무더기 각료 사퇴나 조기총선 등으로 영국 정계가 대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고 예상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반대 시위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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