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제외한 워싱턴 정계는 회의론으로 가득하다. 오랜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뿐만 아니라 협상을 주도해 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조차 이번 회담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만이 다가오는 북미 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 보좌진을 비롯한 다수의 관료가 회담에 대해 덜 흥분된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는 다음 주 하노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 커다란 결과를 도출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할 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에 대한 빈 약속을 대가로 커다란 양보를 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 트럼프만 신났다?…폼페이오도 측근에게 절망감 드러내
전·현직 백악관 관료들에 따르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멋진 친서’와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자랑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하노이에서 진행될 정상회담이 엄청난 언론 취재를 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부정적인 보도에 대해 불평하면서 자신이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이뤄낼 유일한 인물이라고 자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 내에서는 다가오는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가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을 비롯한 예상 가능한 회의론자뿐만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인물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회담을 책임지는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측근들에게 외교적 진전의 부족에 대한 절망감을 표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술책에 당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같은 다른 고위 관료들도 북미 정상회담과 최대한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라시아 그룹의 이언 브레머 창업자 겸 대표는 “정부에 낙관론이 없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으로부터 비핵화와 관련해 크게 얻을 게 없다며 매우 회의적이고 폼페이오는 북한이 그저 시간을 벌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폴리티코의 논평 요청을 거절했으며 볼턴 보좌관의 대변인도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북한이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모호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후 나온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은 계속해서 비밀 미사일 발사대를 만들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볼턴 보좌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연례 최고경영자(CEO) 컨퍼런스에서 “그들은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그것이 대통령이 또 다른 정상회담이 생산적일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전날 지난해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을 했지만, 양측이 정확한 비핵화의 의미에 아직 동의하지 않았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비핵화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진전시키는 데 중심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료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로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주 초 합의를 서두르지 않는다며 북한이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왼 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전문가·의회, 주한 미군 협상 테이블에 오를까 우려
전날 폼페이오 장관은 NBC의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낮췄다. 폼페이오 장관은 “희소식은 그들이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을 1년이 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래서 트럼프 정부가 들어왔을 때보다 상황은 더 낫다”며 “그러나 대통령이 어제 이야기 했듯이 이것은 길고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료들도 대통령과 대조적인 발언을 해왔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스펠 국장은 “북한 정권은 장거리 핵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것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맥스의 크리스 루비 CEO는 CNN과 인터뷰에서 “백악관 주변의 소식통들은 대통령이 코츠 국장에게 실망했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기자들에게 코츠 국장의 해고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말까지 북한 측 카운터파트가 자신과 직접 일하는 것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지난 6주간 비건 대표와 카운터파트는 함께 일해왔지만, 이들의 논의가 큰 진전을 내놓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은 의회에서도 별만 다르지 않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주한 미군 철수와 같은 합의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말 마이크 갤러거(공화·위스콘신) 하원의원과 톰 말리노스티(민주·뉴저지) 하원의원은 미 국방부가 이것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회에 설득하지 못하면 주한 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일 수 없도록 하는 ‘한·미 동맹 지지법’을 발의했다.
한 소식통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에 동의했으며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존 켈리가 매티스 전 장관에게 이 사실을 사후에 전달해야 했다고 전했다. 정부 관료들은 주한 미군 축소나 철수가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지만, 전문가들과 의회에서는 비슷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수 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이틀은 앉아 있기에 긴 시간이며 자유분방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주한미군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