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떠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행기가 아닌 전용 열차를 타고 베트남 하노이로 향한 배경에는 지정학적인 이유가 깔려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국적기 에어 차이나의 보잉 747 여객기를 이용했다.
이번에는 비행기가 아닌 전용열차를 통해 베트남으로 간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선택을 두고 중국 인민대학교의 북한 전문가 청 샤오허 교수는 "싱가포르 공항에서 그랬던 것처럼 중국 국기가 새겨진 항공기 앞에서 손을 흔들며,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세계에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NYT도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은 중국의 한 지역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왼 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세계에 보여주기를 원하지 않는 김정은 위원장이지만, 그로서는 북중 친선관계를 다지는 일 역시 중요하다.
중국 애널리스트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3일 저녁 중국 단둥(丹東)시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가 전용열차로 중국을 통과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로 중국을 거쳐갈 경우 중국 고속철도 운영 일정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 소재 정책연구센터인 스팀슨 센터의 애널리스트 쑨 윈은 중국이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할 용의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중국에서는 열차를 이용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일정을 북한의 중국에 대한 완전한 신뢰의 표시로 보고 있다"면서 "중국만이 김정은 위원장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쑨 윈 애널리스트는 또 "중국은 중국을 거쳐가는 북한 지도자들에게 (중국의) 경제개혁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 열차는 중국의 우한(武漢)과 창사(長沙)를 거쳐 베트남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우한과 창사는 중국 동부 지역에서 가장 큰 발전을 이룬 도시로 평가받는 곳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개혁개방 이후 40년 동안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룬 중국의 도시들과 농촌 지역을 감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열차 이동은 김정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모습을 떠올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 김일성 주석은 지난 1958년 베트남 첫 방문 때, 김정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평양에서 중국까지는 열차로 이동했다.
NYT는 가장 큰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 이동으로 중국의 환심을 산 뒤, 진정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라고 분석했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이 유엔(UN)에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미국이 이와 관련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트위터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의) 국경지대에 적용한 제재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적었다.
쑨 윈 애널리스트는 제재를 뒤집기 위해서는 중국 내륙을 관통하는 열차 여정과 중국 경제모델에 대한 관심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중국은 유엔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해왔으며, 이번 봄부터 북한에 더 많은 농업 원조라는 보상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는 다만 여기까지가 지원의 한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현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무역협상을 고려할 때 따라올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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