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정부·여당의 증권거래세 폐지 주장이 점점 힘에 부치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보다는 단계적 인하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인하 방안을 도출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 및 국회에 따르면 현재 발의된 증권거래세법 개정·폐지 법률안은 5건 정도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하게 추진된 안은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안으로, 현재 0.3% 정도인 증권거래세(농어촌 특별세 포함)를 내년부터 5년간 0.06% 정도씩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이 경우 2024년 증권거래세는 완전 폐지된다.
[자료=메리츠종금증권] |
하지만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증권거래세 인하는 검토하고 있으나 폐지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정부는 완전 폐지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또한 "이번 증권거래세 검토와 관련해 양도소득세 조정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던 증권거래세 폐지 관련 법안이 연내 통과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자본특위) 위원장인 최운열 의원 측은 "자본특위에서 증권거래세 개편 등을 포함한 전반전인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음달 초에도 자본특위 비공개 회의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특위 관계자는 "최운열 의원안의 경우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거래세 폐지뿐만 아니라 양도세 인상과 채권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며 "거래세 인하·폐지만을 담고 있는 법안들 역시 논의 선상에 놓고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투업계에서는 거래세가 폐지될 경우 양도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재부의 증권거래세수는 지난해 기준 6조2000억원으로 거래세를 폐지할 경우 세수 공백 가능성이 높다"면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일반 조세 원칙에 근거해 양도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1989년부터 9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권거래세를 인하 후 폐지하고 양도차익 과세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1989년부터 1999년까지는 거래세와 양도세가 병존해 총 세수는 감소하고 주식 거래량은 위축됐으나, 2003년 우대세율이 적용되면서 주식 시장이 활성화 돼 성공 사례로 꼽힌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거래세가 폐지될 경우 그동안 부과됐던 거래세 만큼의 증시 거래대금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며 "지난해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대금이 총 2800조원이었으므로 0.3%를 단순 계산하면 8조원 가량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몇 년 동안 점진적으로 대주주 양도소득 지분율 기준을 낮췄기 때문에 대주주 지분이 큰 주식에 대한 수급 불안감을 높인 바 있다"면서 "여기에 양도 소득에 대한 세금이 부과될 경우 오히려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개편 내용이 계속 나오고 있어 기대감은 크지만 정부와 정치권 등 구체적인 추진안에 대해선 입장이 갈리는 것 같다"면서 "시행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해 증권 ·자산운용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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