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짐에 따라 북한이 외국 투자에 대해 전례 없는 규모로 문호를 개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20억달러(약 2조2380억원) 이상의 철도·고속도로·발전소·기반시설 현대화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공공입찰 건수가 지난해 말부터 북한과 중국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FT에 “북한은 이러한 입찰 공고를 통해 비핵화와 경제발전에 진지하다는 점을 외부세계에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발표한 프로젝트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총합 140억달러(약 15조6660억원)에 달하는 두 건의 고속도로 프로젝트로,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 웹사이트에 입찰 공고가 게시됐다.
북한 대외경제성 웹사이트에는 개발과 30년 간 운영에 참여할 합작벤처 파트너를 찾는 27건의 프로젝트가 게시됐다.
현재로서는 국제 제재 때문에 그러한 합작벤처는 불가능하지만, 북한이 제재 완화를 기대하고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프로젝트의 재무구조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제공되지 않았지만 북한은 일부 프로젝트에 대해 투자 수익률을 명기하기도 했다. 원산과 금강산을 연결하는 3억2350만달러(약 3620억원) 규모의 철도 프로젝트에 북한은 12년 간 7.3%의 수익률을 제시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이 북중 접경지역 노상에서 곡식을 팔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문가들은 지난 1년 간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몇 차례나 회동을 하고 북·중 관계도 가까워진 만큼 북한 경제 개발에 있어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당국자들은 이미 북한 관료들에게 국제 회계 규정, 대차대조표 사용법, 국제 계약서 작성법 등을 교육하며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이성현 센터장은 설명했다.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FT에 북한에서 중국 주도 투자는 중국의 육·해상 신(新)실크로드 구축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비슷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난카이(南开)대학 저우언라이(周恩来)정부관리학원 리춘푸(李春福) 교수는 “북한은 토지와 공장,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자금과 기술을 얻을 수 있는 합작벤처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북한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불신과 제재 완화에 대한 비관론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북한 내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보호 부재와 북한의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투자자들이 대북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북제재가 일부 철회된다 해도 북한으로 외국 투자가 대량으로 유입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대북 투자는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 속도에 달려있다”고 내다봤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27~28일(현지시간) 개최될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하노이 거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는 배너가 걸려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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