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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美 ‘코언 스캔들’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초래했다”

기사등록 :2019-03-01 06:32

“정상회담 직전 美 국내 정치 변수 발생, 결국 악재로 작용”
“트럼프, 국내 정치 이슈 덮고자 北에 영변 이상 요구”
‘北 비핵화 의지 無’‧‘트럼프 특유 협상 전술때문’ 지적도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이영석 수습기자 = 8개월 만에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끝내 결렬된 가운데, 외교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직전 발생한 ‘코언 스캔들’이 막판 정상회담의 변수로 작용, 결국 결렬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폭로 이후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과를 통해 관심을 돌리려 했으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에 응하지 않아 결국 협상이 잘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북미 확대정상회담이 끝나고 업무오찬, 공동성명서 발표를 취소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로 복귀, 곧이어 협상 결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4시20분께 자신의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 최종 결렬됐음을 알렸다. ‘아무것도 합의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됐다거나, 비핵화 협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김정은은 나의 친구이며, 나는 그를 믿는다”, “이번 회담은 끝났으나 우호적으로 끝난 것이며, 미래엔 훨씬 더 좋은 기회에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는 등 회담 분위기가 좋았고, 김 위원장과의 관계 역시 그렇다는 것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회담이 결렬된 것이 실제로 북한과 관계가 악화돼서 그런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향후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 들어서는 마이클 코언 변호사.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하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리를 폭로하며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며 비난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트럼프, 코언 스캔들 덮으려 ‘빅 딜’ 원했다”
   “빅 딜이 안 된다면 ‘노 딜(No Deal)’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코언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중 비리 등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해질 만한 내용을 상당수 폭로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코언 변호사가 폭로를 한 날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당일이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스캔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를 뒤집을 만한 강력한 비핵화 협상 결과를 가져가길 원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유력한 추측이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의 국내정치 변수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영변 핵시설 이상의 것을 요구했지만, 김 위원장이 그것을 대가로 ‘대북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하자 ‘차라리 회담 결렬이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미국 국내정치 변수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렬’이 낫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며 “(코언) 변호사로 인해 대단히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데, 비핵화 협상이 제대로 안 됐다고 비난 받을 거리를 더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 대표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협상을 해 보니 ‘비핵화가 잘 안 될 것 같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여기서 어정쩡하게 나가면 ‘기존 미국 대통령들과 다를 게 뭐냐’는 평가가 나올 테니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갑자기 터져버린 코언 청문회 문제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며 “‘그 문제가 터지지 않았더라면’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고 털어놨다.

김 교수는 이어 “그 문제가 아니었더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에 준비된 합의문에 사인을 하고 가지 않았겠느냐”며 “(미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이 이번에 트럼프가 서명을 하지 못하게 한 중요한 돌발 변수였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회담이 결렬된 것은) 미국 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안 좋다는 이유가 크다”며 “특히 이번 (코언) 청문회 건도 있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양보를 하면 욕을 더 먹겠다는 걸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기존에 스몰딜(영변 핵시설 및 ICBM 폐기와 제재 일부 완화 등 교환)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 정도로는 이번에 발생한 (미국) 국내 정치적 악재를 잠재우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빅 딜 혹은 노 딜(No Deal)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예 회담을 결렬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공항으로 이동, 전용기를 타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하노이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술이 북미 협상을 더 어렵게 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동엽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1987년 출간한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을 보면 ‘협상의 3단계에서 거의 마무리가 됐을 때, 사인하기 직전에 박차고 일어나라’는 내용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계속 ‘협상장을 뛰쳐 나올 수 있는 용기’를 이야기한 것을 보면 이런 부분도 회담 결렬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율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별로 받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박차고 나오는 것이 더욱 이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만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 중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美 정치 스캔들 때문에 회담 결렬됐을 뿐 3차 회담 여지 충분”
   “실무협상 준비 더 많이 한다면 3차 회담 열릴 수 있을 것”

전문가들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접적인 이유가 북한에게 있지 않다”며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인균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제재를 더 강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것”이라며 “설령 제재를 강화할 생각이 있다 해도 3차 북미정상회담을 생각하면 어떻게 오늘(2월 28일) 그런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동엽 교수도 “일각에선 ‘협상 상황이 첫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트럼프는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는 다 의미가 있고 만족한다’고 했다. 그런 상태에서 협상이 잠정 중단된 것뿐이기 때문에,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듯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서도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으나 여건이 마련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임 교수는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선 확답할 수 없다”며 “다만 만약에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실무협상을 좀 더 준비하고, 양측이 수긍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가 마련된다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 [사진=38노스]

◆“北 비핵화 의지 아예 없는 게 문제” 의견도

그러나 “미국 국내 정치적 변수가 강력하더라도, 북한이 비핵화를 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것도 이번 회담 결렬의 원인”이라며 “앞으로도 비핵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특히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이 회담 첫 날인 지난달 27일,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를 통해 “우리는 국가핵무력을 완성했고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뤘다”고 강조한 것에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를 할 의지가 없이 회담에 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교수는 “북한은 비핵화를 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조선신보 내용을 보면) 비핵화를 하지 않고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건데, 미국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특히나 미국은 그런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고 주도권을 잡겠다는 입장이 명확하기 때문에, 더욱 이번 회담이 쉽지 않았던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이 이번에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다시 꺼낸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이야기한 것을 보면, 북한이 확실하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해야지만 제재를 완화해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북미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인균 대표도 “애초에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다”며 “영변 핵시설 폐기한다는 건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이야기한 정도다. 그 이상으로는 한 발짝도 양보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이어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 미국은 북한에 영변뿐만 아니라 우라늄‧플루토늄 농축시설 등 포괄적인 비핵화를 요구한 것 같다”며 “여기에 북한은 ‘그러면 대북제재 일부가 아니라 전체 해제를 해 달라’고 요구해 회담이 결렬된 것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율 교수 역시 “비핵화라는 것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며 “북한은 ‘핵이 없으면 아무도 대화를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어 “이번에 언급한 영변 핵 시설 포기도 벌써 4번이나 나온 이야기”라며 “4번이나 이야기가 나왔지만 여전히 영변 핵 시설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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